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의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유력 당권 주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된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을 제기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문제 삼는 '탄핵 불복'에 이어 '재판 불복'까지 주장하고 나선 모습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세가 불어난 태극기 표심을 잡기 위해 사법부의 판단마저 부정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전 총리는 지난 21일 KBS 1TV에서 생중계된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김진태 의원이 "태블릿PC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태블릿PC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진 부분이 있었다"라며 "잘못된 부분이 많다는 것을 토대로 해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각종 청와대 문건이 발견되면서 국정농단 사건 입증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태블릿PC가 조작됐고, 이러한 잘못된 부분(조작 등)을 감안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황 전 총리의 주장은 법원 판단을 부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태블릿PC는 지난해 4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법원 선고에서 "최순실 씨가 사용한 게 맞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법원에 따르면 태블릿PC는 2012년 6월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개통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일하던 한 보좌관에게 전달됐다. 이후 2013년 1월 최순실 씨는 김 전 행정관에게 전화해 "태블릿PC는 네가 만들어 주었다면서?"라고 말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역시 "태블릿PC에서 나온 문건들을 최씨에게 전달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태블릿PC를 최순실 씨가 사용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사진=자료사진)
태블릿PC 등이 증거로 인정된 '국정농단' 재판 1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 최순실 씨는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은 징역형 1년과 벌금 20억원이 추가됐으며, 최씨에게는 벌금 20억 원만 더해졌다. 재판은 이달 초 대법원에 회부된 상태다.
태블릿PC 증거 인정은 이미 법원에서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에서는 원리적으로 법률심(법리해석과 적용이 맞는지 판단)을 하기 때문에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곤 (증거 등)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는다"며 "태블릿PC 증거 인정이 대법원에서 뒤집힐 일은 아주 희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안검사 출신이자 법무부 장관을 지낸 법률가 황 전 총리가 탄핵 불복에 이어 재판 부정 등 무리한 주장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한 중진의원은 "정치인이 된 이상 친박 지지자들의 마음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지만, 태블릿PC 발언은 좀 과도한 발언"이라고 평했다.
앞서 황 전 총리는 지난 19일 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어쩔 수 없었다'는 질문에 대해 'X'를 들며 탄핵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그는 "객관적인 진실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정치적 책임성을 물어 탄핵 결정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황 전 총리의 태블릿PC 발언은 22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도권·강원 합동연설회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세훈 후보는 연설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태블릿PC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며 "대표를 하신다는 분이 태블릿PC를 그렇게 말씀하시면 한국당은 탄핵을 부정하는 당이 돼 버린다"라고 지적했다.
황 전 총리는 오세훈, 김진태 후보 등 다른 당권 주자들이 연설회 후 기자들을 만나 질문을 받은 것과 달리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갔다. 태블릿PC 논란을 의식해 일부러 질문을 받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