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 찢어지는 100％ 생분해 비닐봉지. (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생분해성 비닐봉지의 잘 찢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고 100% 생분해되는 친환경 비닐봉지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생분해성 비닐봉지와 비교해 인장강도(비닐봉지의 튼튼한 정도)가 2배나 높아 시중에서 쓰이는 석유계 비닐봉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은 오동엽·황성연·박제영 박사가 바이오 플라스틱 기반 생분해성 고강도 비닐봉지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사탕수수·옥수수·나무·볏짚 등으로 생성된 바이오매스 기반 단량체(단위분자)와 석유 부산물 기반 단량체를 중합해 만든다.
이 생분해성 고강도 비닐봉지는 자체 간이실험 결과 땅속에서 6개월 이내 100% 분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존 생분해성 비닐봉지는 물론 석유계 비닐봉지보다도 더 강하고 질겼다.
그동안 바이오 플라스틱은 생분해되지만, 인장강도가 약해 쉽게 찢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목재펄프와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보강재를 첨가해 인장강도가 약한 바이오 플라스틱의 한계를 극복했다. 핵심은 목재펄프와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나노섬유 수용액이다.
나노섬유는 직경이 나노미터 수준으로 매우 가는 초극세사를 뜻한다.
연구진은 먼저 목재펄프와 게 껍데기에서 각각 셀룰로스와 키토산을 추출해 화학 처리한 후 고압 조건에서 잘게 쪼개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얻은 나노섬유가 분산된 수용액을 바이오 플라스틱 제조 시 첨가해 기계적 물성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100% 생분해되는 것은 물론 바이오 플라스틱의 약점으로 꼽히는 인장강도도 크게 개선됐다.
왼쪽부터 화학연 미래융합화학연구본부 바이오화학연구센터 황성연 센터장, 오동엽 박사, 박제영 박사. (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이 개발한 생분해성 고강도 비닐봉투의 인장강도는 65~70MPa를 기록했다. 이는 질긴 플라스틱의 대명사인 나일론과 유사한 수준이다.
나일론은 낙하산과 안전벨트 소재로 쓰인다.
별도의 항균처리 없이 자체적으로 식품 부패를 방지하는 항균 능력도 갖췄다. 게 껍데기의 키토산 덕분이다.
대장균에 노출한 후 48시간을 지켜보는 실험 결과 바이오 플라스틱 필름 대장균은 90％ 사멸했지만, PP와 PE 필름의 것은 거의 죽지 않았다.
황성연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가까운 미래에 대형마트에서 쓰는 비닐봉투, 과일을 포장하는 비닐롤백, 커피음료의 빨대를 우리가 개발한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오동엽 박사는 "우리가 개발한 소재가 최근 불거진 국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관련 기술을 소개한 논문은 '카보하이드레이트 폴리머'(Carbohydrate Polymers) 등 3편의 외국 저널에 실렸다. 국내 특허도 2건 등록했다.
이번 성과는 한국화학연구원과 울산광역시 기술협력 사업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