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조현병 환자들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역주행 사고까지, 조현병 환자들은 강력 범죄와 충격적인 사고의 중심에 섰다.
정신질환의 일종인 조현병은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이다. 지난 4월부터 꾸준히 조현병 환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고를 낸 사건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공통점인 '조현병' 역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의 범인 안인득씨는 새벽에 자신이 사는 집에 불을 지르고 계단으로 대피하던 아파트 이웃들을 흉기 2자루로 찔렀다.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골라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그 결과 흉기에 찔려 5명이 숨졌다. 부상 당한 사람은 6명, 화재 연기로 다친 사람은 7명이었다.
이후 유사한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조현병을 앓은 10대가 윗집 70대 할머니를 살해하는가 하면, 경북 칠곡에서는 30대 조현병 환자가 정신병원에 함께 입원한 50대 환자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지난 4일 역주행 교통사고 역시 가출한 조현병 환자에 의해 발생한 것이었다.
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소형 화물차 운전자는 당진-대전 간 고속도로에서 19㎞를 역주행하다가 마주오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운전자 본인과 3살 짜리 아들, 맞은편 운전자까지 3명이 사망했다. 운전자의 아내는 경찰에 "남편이 조현병인데 차를 몰고 나가서 가출했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맞은편 운전자가 신혼집에서 자고 온 예비 신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안타까움을 샀다.
'조현병'이라는 공통점은 분명하지만 사실 이 정신질환이 범행으로 연결되기까지는 그 이유나 양상이 가지각색이다. 치료를 그만둬서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는 물론이고, 가벼운 수준의 조현병을 앓는 와중에 폭력성이 발휘되기도 했다.
조현병 환자들에 의한 범죄가 계속 수면 위에 떠오르는 현실은 결국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상균 전 범죄심리학회 회장은 "보통 조현병이 범죄로 발전하기까지는 약의 복용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부분 약을 타와서 2~3개월 정도 먹다가 복용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신질환자 대부분이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는 인식을 못하는데 조현병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관리와 협력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각 지역마다 관련 센터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비용 문제도 애매한 게 현실"이라며 "상당히 높은 치료비와 입원비를 전혀 지원받지 못하고, 개인이 다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어느 정도 경제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이를 감당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조현병 환자가 전적으로 치료에 집중하기 어려운 배경을 전했다.
조현병의 주된 증상은 환청, 환각, 환시 등에 의한 피해 망상이다. 이에 따라 타인이 자신을 공격하거나 손해를 끼친다고 생각하게 되면 공격 형태가 나타난다. 문제는 조현병으로 명확히 진단받지 않은 '경계성' 조현병 환자들이다. 편견과 차별이 담긴 사회적 시선, 피해 등을 두려워하면서 이들은 조현병 진단을 피하게 된다.
김 교수는 "부모가 인식을 못하기도 하지만 진단과 처방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환자들도 많다. 이들은 조현병을 확진받지 않은 경계에 존재한다. 한국이 유독 정신질환에 대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강하고, 또 이 같은 진단을 받으면 취업, 결혼, 각종 사회생활에서 문제가 된다는 두려움으로 숨기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신체 질병을 넘어 다른 정신질환들처럼 치료 받고 관리 받으면 괜찮다.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고, 오히려 낙인 찍히고 배제를 당하면서 악순환이 생긴다.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정부, 각종 센터 등이 서로 긴밀하게 네트워크를 만들어 관리에 나설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