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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탁 첩보 의심된다" 靑까지 찾아갔지만 '손놓은' 지휘부

사건/사고

    [단독] "청탁 첩보 의심된다" 靑까지 찾아갔지만 '손놓은' 지휘부

    • 2019-06-10 05:00

    [버닝썬 수사,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③수차례 요구에도 귀닫은 警, 경찰-제보자 금품 거래 시도 확인 못해

    버닝썬 클럽 정문 모습.(사진=이한형 기자)

     

    버닝썬 유착 수사의 계기가 된 최초 첩보가 허위 제보로 꾸며졌다는 의혹은 수사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경찰 수뇌부는 재조사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결국 검찰에 진정이 들어가기에 이르렀다.

    특히 첩보 생산 과정에서 경찰이 제보자로부터 수천만원의 돈을 받기로 했지만, 경찰 지휘부는 이를 파악조차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첩보의 진위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 현직 경찰관은 청와대까지 찾아가며 수차례 의견을 냈지만 경찰 지휘부는 절차상 이유를 들어 묵살했다.

    ◇5000만원 뒷거래 파악도 못했으면서…경찰 "청탁 첩보 없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이재훈 강남경찰서장은 지난 2월 버닝썬과 경찰 사이 유착 의혹이 담긴 광역수사대의 최초 첩보가 허위 제보일 가능성을 우려해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에 검토를 요청했다.

    우려를 전달받은 서울청 수사부는 자체적으로 몇가지 확인을 거친 끝에 첩보 생산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리고 수사를 그대로 진행시켰다.

    첩보를 생산한 광수대 염모 경위와 그에게 첩보를 제공한 강남경찰서 김모 경사, 김 경사에게 최초 제보를 한 이모씨 등 3명이 첩보가 전달된 이후에만 10여차례 연락했고, 이전에는 서로 문자와 통화를 주고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평소에는 연락이 없다가 첩보가 전달된 이후 집중적으로 연락했다면 오히려 수상쩍은 대목임에도 이를 두고 문제가 없는 근거로 삼았다.

    경찰은 또 염 경위가 이씨를 만나지 못해 이씨의 지인으로부터 제보 내용을 건너 들었기 때문에 이씨가 첩보의 원천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김 경사는 염 경위에게 첩보를 제공하면서 출처를 이씨로 밝히고 두 사람을 연결해줬다. 염 경위가 이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친한 형님(김 경사) 부탁으로 기다려주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결정적으로 '청탁 제보' 의심이 짙어지는 부분은 김 경사가 제보자인 이씨로부터 첩보 내용을 염 경위에게 전달하는 대가로 추후 5000만원을 받기로 약속한 사실이다.

    경찰과 제보자 사이의 돈 거래 시도로 애초부터 오염된 첩보였지만 경찰은 자체 조사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은 파악조차 못했다.

    광수대 관계자는 "김 경사와 이씨 사이 문자메시지를 봤지만 5천만원이 언급된 부분은 없어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광수대에 대한 청탁 첩보는 없었다"고 단정지었다.

    ◇"내사 필요하다" 靑까지 찾아갔지만, 지휘부 '번번이' 묵살

    금전관계로 얽힌 첩보로 이뤄진 수사에서 경찰은 버닝썬과 강남경찰서 사이 유착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오히려 첩보를 제공했던 김 경사와 염 경위는 수사 도중 강남의 다른 클럽에서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각각 불구속, 구속 입건됐다.

    염 경위와 김 경사의 비위 사실을 적발해 낸 강남경찰서 A경위는 버닝썬 최초 첩보가 허위일 가능성을 포착하고,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장에게 이 건을 내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민감한 내용을 가져온 A경위에게 "공식적으로 첩보를 올리면 추후 판단하겠다"며 절차상 문제를 들어 돌려보냈다.

    이후 A경위는 경찰청 수사국장까지 면담하고도 내사를 허락하지 않자 지난 5월 2일에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까지 찾아가 그곳에 파견된 백모 경정에게 사정을 털어놨다.

    당시 백 경정은 A경위에게 "버닝썬 허위 첩보 의혹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백 경정을 만난 이튿날 A경위는 지수대에서 강남경찰서로 복귀 조치됐다. 강남경찰서로 돌아와서도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한 민원상담센터로 발령받았다.

    이런 와중에 수사 초반 윗선에 허위 제보 가능성을 보고했던 강남경찰서장은 CBS 취재진에게 "허위 첩보 의혹이 한번쯤은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며 일부 의심쩍은 정황들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지휘부는 A경위의 재조사 요구를 번번이 외면하고 문제를 덮는데 급급했다. 진위를 가리려는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부하 직원의 의견을 배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청 관계자는 "A경위에게 첩보를 내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이 직접 내사해야겠다고 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라며 "직접 내사를 하겠다는 그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 자료가 모두 넘어간 상태에서 이제와 경찰에 문제를 제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냐"고 되물었다.

    결국 청탁 첩보 공방은 검찰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A경위는 지난달 중순 버닝썬 최초 첩보의 허위 가능성을 주장하며 내사를 방해한 경찰 지휘부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진정했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버닝썬 유착 수사가 국민 기대에 못 미쳐 비난 여론이 컸던 상황에서 이번 진정 사건이 경찰 조직에 줄 타격은 크다. 현직 경찰관이 청와대까지 찾아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무런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묵살한 경찰 지휘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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