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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 (愚公移山)''의 이야기가 중국에서 현실화됐다.
우공이산은 중국 고전 ''열자(列子)''에 나오는 고사성어인데 미련스러울 정도로 우직한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실현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묵묵히 해나가면 이룰 수 있다는 말.
그런데 최근 중국 쓰얀(十堰) 시에서 한 공무원이 중장비 등의 도움없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5년에 걸쳐 400m에 이르는 터널을 뚫어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언론매체인 추텐두스빠우(楚天都市报)11일 기사에 따르면 쓰얀시 공무원 웡창파는 2001년 5월부터 마티꺼우(马蹄沟) 촌(村마을 사람들과 함께 쓰얀시에 이르는 터널파기에 착수해 지난 2006년 공사를 마쳤다.
웡씨가 ''대역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말 주민 쭈시빙(朱習兵)의 죽음 때문. 귤 산지인 마티꺼우 촌에서 시장이 있는 쓰얀시까지 가려면 좁은 산길로 3시간 넘게 가야 하는데, 사고당일 쭈씨도 아침 시장에 귤을 내다팔기 위해 아들과 새벽 산길을 나섰다가 발을 헛딛여 추락사했다.
쭈씨의 죽음 이후 마을 사람들은 촌위원회 (村委員會)에 모여 "몇 사람이 더 죽어야 터널을 뚫어줄 것인가"라며 당국의 대책을 촉구했다.
문제는 쓰얀시가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히는만큼 시로서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을 수 없었다는 것. 그러나 마냥 손을 놓을 수도 없어 공무원 웡씨는 주민들로부터 십시일반 기부금을 받아 터널공사에 착수했다.
산을 뚫겠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모을 수 있는 돈을 모두 내놓았다. 돼지를 팔아 기부를 하고 집을 지으려던 돈을 내놓기도 했고 결혼까지 연기하며 자금을 내놓는가 하면 70세가 넘은 할머니는 미리 마련한 자신의 관을 팔아 공사비를 마련했다. 이렇게 해서 모은 돈이 10만 위안(한화 2천만원 상당).
2001년 5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거의 맨손으로 시작됐다. 중장비 대신 폭약과 삽자루 등을 이용한 공사는 하루 1m도 진척을 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몇 십미터 파지도 못한 채 공사비용까지 바닥났다. 촌 위원회가 다시 마을사람들로부터 16만 위안을 빌려 공사를 재개했다. 공사중단이 반복되면서 인부들 노임을 제대로 주지 못해 공사업체가 몇차례 바뀌기도 했다.
드디어 지난 2006년 말, 400m의 터널이 뚫렸다. 공사가 끝나는 날 주민들은 터널 앞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성대한 완공식을 치렀다.
이후 주민들은 3시간이 넘는 거리를 30분으로 단축시켰고 해마다 1천 위안의 통행료 수입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