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등 102개 시민사회단체는 20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사진=이은지 수습기자)
"강제징용 사죄하라! 경제보복 철회하라! 평화방해 규탄한다!"
20일 오후 6시. 일본대사관과 맞닿은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앞 거리는 경제보복 조치를 규탄하는 함성으로 가득찼다. 이따금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약 1500명(경찰 추산 800명)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참가자들은 학생과 청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아이를 데려온 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NO 아베!'라고 적힌 손팻말이 흩날렸다.
일본 식민 범죄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거나 경제 보복을 '후안무치'라고 지적하는 플래카드도 적잖았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계와 여성계·학계 등 102개 시민사회단체가 동참했다. 당초 60여개 단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집회 당일이 되면서 그 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
사회자로 나선 통일열차서포터즈 윤희숙 대표는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이유로 아베 정권이 보복을 가하고 있다"며 "아베의 시도를 우리 국민은 용서할 수 없다. 아베에게 경고를 보내는 촛불집회를 시작하자"고 포문을 열었다.
민주노총 등 102개 시민사회단체는 20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사진=이은지 수습기자)
집회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묵상을 시작으로 본격 진행됐다. 첫 발언자로는 일제 전범기업 불매운동을 진행중인 '대학생 겨레하나' 소속 김수정씨(21)가 연단에 올랐다.
김씨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지금까지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며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만큼은 꼭 일본으로부터 사죄와 배상을 받아야 한다. 대학생들이 항일 운동에 손잡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집회 한켠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가면을 쓰고 죄수 복장을 입은 남성, 아베 총리의 사진을 붙인 샌드백을 들고 다니며 "한 대 때려달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아베 정권을 비난하는 함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 인근 일본대사관에까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배상도 사과도 참회도 없이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아베가 조선인 노동자들의 피눈물 역사는 저버린 채 역사전쟁을 하고 있다"며 "한국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함께 싸워 아베 정권을 반드시 응징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이번 사태로 한일 관계에서 정치, 경제, 군사 그 어디에도 평등한 구조가 없다는 것을 보게 됐다"며 "모든 것을 바로 잡고 청산하고, 우리가 승리하는 그날까지 힘차게 나아가자"고 외쳤다.
집회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현장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참가자들은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저마다 머리 위에 들고 함성과 동시에 찢는 퍼포먼스로 행사를 마쳤다.
이날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540명을 현장에 배치했지만 돌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주최 측은 오는 27일 오후 7시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