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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과 性착취…그리고 '反포르노'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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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돌'과 性착취…그리고 '反포르노' 운동

    [여성문화이론연구소 46번째 여름 강좌 제3강]
    페미니스트로서 포르노에 반대한다(배상미 여성문화이론연구소 강사)

    (사진='리얼돌' 판매 홈페이지 캡처)

     

    '포르노'(porn)는 여성을 가장 노골적으로 대상화 한 영역으로 분류돼 왔다. 21세기에는 '몰래카메라' '리벤지 포르노'라는 이름의 '불법촬영물'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여성에 대한 성 착취와 성폭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큰 힘을 얻었다. 지금 한국 상황과도 맞닿아 있는 미국의 1970~80년대 '포르노 전쟁'을 살펴보고,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리얼돌'(real doll) 수입이 허용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거세다. 찬성 측에서는 "단순한 성 기구일 뿐이다" "성범죄를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사적 영역이다" 등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여성에 대한 인격권 훼손" "여성을 상대로 끊임없이 이뤄지는 성적 대상화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며 수입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금의 논란이 1970~80년대 미국에서 활발하게 일어났던 '반포르노 운동' 당시 모습과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열린 여성문화이론연구소 46번째 여름 강좌 '포르노와 페미니스트'의 세 번째 강의 '페미니스트로서 포르노에 반대한다: 캐서린 맥키논, 안드레아 드워킨'에서는 '리얼돌'을 둘러싼 21세기 논쟁과 닮은꼴인 1980년대 '반포르노 운동'에 관해 이야기했다.

    배상미 강사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열린 여성문화이론연구소 46번째 여름 강좌 '포르노와 페미니스트' 세 번째 강의 '페미니스트로서 포르노에 반대한다: 캐서린 맥키넌, 안드레아 드워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최영주 기자)

     

    ◇ '리얼돌' 수입 허용, '성 상품화' 논쟁에 불을 붙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 6월 27일 A사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

    A사는 일본 업체로부터 리얼돌을 수입하면서 2017년 5월 인천세관에 수입 신고를 했으나, 인천세관은 같은 해 7월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입통관을 보류했다. 해당 리얼돌은 길이 150cm, 무게 35kg으로 머리 부분을 제외하면 성인 여성의 신체와 비슷한 형태와 크기로 만들어졌다. 재질은 사람 피부와 비슷한 색깔의 실리콘이며, 가슴 및 성기 부분 등도 마찬가지다.

    2심 법원은 "리얼돌을 전체적으로 관찰해 볼 때 그 모습이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라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2심 법원은 "성 기구는 성적인 내용을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일반적인 음란물과는 달리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법률도 성 기구 전반에 관해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 않고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 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달리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포르노와 페미니스트'의 배상미 강사는 '리얼돌' 논란에서 1980년대 미국 '반포르노 운동' 시기 나왔던 논리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얼돌 허용 진영에서는 남성의 성적 자유를 옹호하고 있고, 반대 진영에서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성차별적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한 리얼돌을 위험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1980년대 반포르노 운동 진영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남성들이 포르노를 향유하면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남성 중심적이며 가부장적인 성적 표현이다.

    배 강사는 "리얼돌 수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전제는 현재 한국 사회 성문화는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 착취적이라는 것"이라며 "여성은 성적 재현에서 피해자의 위치에 놓이기 쉽다는 전제가 있는데, 이러한 전제는 80년대 반포르노 운동에서도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성차별적 구조, 남성 중심적 구조 아래 리얼돌 판매·유통은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캐서린 맥키넌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캐서린 맥키넌 '포르노에 반대한다'

    미국의 래디컬 페미니스트이자 법여성학자인 캐서린 맥키넌 미국 미시간대 법학교수는 전 세계 급진적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인물 중 1인으로 '성희롱' 개념을 처음 정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맥키넌은 책 '포르노에 반대한다'(1993)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미명 하에 유통되는 포르노들이 피억압 집단의 평등을 저해하고,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포르노'는 '표현'이 아니며, 성폭력적이고 남성 중심적 관습과 제도의 표상이라고 봤다. 포르노는 '표현'이 아니라 '행동'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대상도 아니며, 오히려 포르노가 강간 등 구체적인 행동을 독려해 모방범죄를 일으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배상미 강사는 "반포르노 진영은 취약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려면 포르노를 없애야 하며, 남성의 억압적인 성 표현 때문에 여성이 위축되어 있으니 이를 깨부숴야 한다고 주장했다"라며 "포르노는 여성의 표현, 여성의 평등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 중 하나라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배 강사는 맥키넌의 주장 중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같은 층위에서 이야기하는 지점이 있는데,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논리가 같다고 한다면 서로 다른 역사적, 사회적 맥락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는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맥키넌이 자신의 저서 '포르노에 반대한다'에서 중요하게 언급하는 사건이 있다. 이른바 '아니타 힐 사건'(1991)이다.

    '아니타 힐 사건'은 변호사이자 법대 교수였던 아니타 힐이 과거 직장 상사였던 대법관 후보 클라렌스 토머스 인준 청문회에 나타나 과거 그의 성추행을 낱낱이 고발한 일이다. 청문회 결과 클라렌스 토머스에 대한 인준은 통과됐지만, 아니타 힐의 고발은 성폭력 고발 운동의 큰 전환점이 됐다.

    '아니타 힐 사건(1991)'을 다룬 영화 '아니타 힐'(사진 왼쪽)과 '컨퍼메이션' (사진=각 제작사 제공)

     

    아니타 힐의 폭로는 영화 '아니타 힐'(2013), '컨퍼메이션'(2016) 등은 물론이고 드라마,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됐으며, 현재까지도 자주 언급되는 주요한 사건이다.

    배 강사는 "아니타 힐 사건은 미국 내에서 반성폭력 운동이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라며 "우리나라 서지현 검사의 미투 운동과 닮았다"라고 말했다.

    아니타 힐의 사례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도 연상된다고 배 강사는 말했다. 아니타 힐의 성폭력 피해 증언 이후 언론은 반성폭력 운동이 중요하다고 하기보다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보도하거나, 심지어 피해자인 아니타 힐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보도까지 나왔다.

    배 강사는 "미디어에서 아니타 힐의 피해에 대해 끊임없이 포르노적으로 재생산하고, 많은 사람이 가해자를 처벌하고, 가해자의 행동에 대해 반대하자는 게 아니라 역시 포르노적으로 소비했다. 안희정 사건 때도 이런 양상이 나타났다. 피해자에 대해 피해자가 문제가 있다든가,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라며 "맥키넌은 아니타 힐 사건 피해가 포르노적으로 소비되고 재현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함께 성평등은 물론, 여성이 더욱 많은 자기표현을 하기 위해서 반포르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투 운동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가 과연 성평등적인지, 페미니즘적인지는 문제 삼을 만하다"라고 지적했다.

    안드레아 드워킨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안드레아 드워킨 '포르노그래피'

    페미니즘 작가이자 비평가인 안드레아 드워킨은 남성의 제도에서 남성의 권력을 절대적인 것으로 명명하고 남성은 지배, 여성은 피지배의 위상에 있음을 강조했다. 드워킨은 여성은 남성에게 언제나 성적 대상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포르노'는 그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배상미 강사는 "드워킨에 따르면 남자의 제도하에서 여성은 언제나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 재현된다"라며 "드워킨은 포르노그래피는 남자의 성적 지배의 제도라고 한다. 따라서 포르노그래피가 사라질 때 여성들은 남성 권력에 의한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주장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드워킨은 포르노그래피와 강간의 상호 관련에 초점을 맞춘다"라며 "강간 피해자, 성노동자 등과의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포르노그래피가 남성우월주의와 여성비하를 독려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배 강사는 "드워킨 역시 섹슈얼리티 재현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라며 "'남성 중심적' 성적 표현물이라 판단되면 모두 '포르노그래피'로 금지될만한 것이라고 하며 당위로 넘어간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드워킨은 여성의 문제를 직접적인 방식으로 말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라며 "맥키넌, 드워킨으로 대표되는 1980년대 미국 반포르노 운동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며, 현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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