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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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달아 터져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의 주요 지지 기반으로 꼽히는 20~40대 여성들의 이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일명 '맘카페'에서는 최근 딸의 부정 입학 의혹 등 논란이 불거진 뒤 조 후보자를 비판하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 주요 지지기반인 20~40대 여성들의 설전…"힘내세요" vs "사퇴하라"회원수 280만명의 한 맘카페에는 지난달 23일 '조국 법무장관 임용 반대 청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네티즌은 "조 후보자를 이제는 지지하지 않겠다"며 조 후보자 임용 반대 청원에 동의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맘카페 이용자들은 댓글에서 조 후보자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논문을 한 번이라도 써봤으면 제1저자는 말도 안 된다" "고등학생이 쓸 수준이라면 왜 이 난리가 나겠느냐" 등 조 후보자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게 고등학생과 부모가 책임져야 할 일이냐"며 조 후보자를 옹호하는 댓글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회원수 9만명인 다른 맘카페에 쓴 '조국 딸 생각하면 힘이 빠진다'는 글에서 "밤낮 학원 셔틀에 놀 시간도 없이 학원가 뺑뺑이 돌면서 공부를 시키고 있다"며 "그런데 어떤 부모의 딸은 외국에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외고에 입학하고, 고등학생 신분으로 논문 1저자가 돼 고려대에 수시로 합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이 열심히 실력을 키워도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힘이 빠진다. 부의 되물림, 학벌과 학력의 대물림이라는 생각에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조 후보자를 지지한다는 게시글도 적지 않았다.
회원수 15만명의 맘카페에 지난 20일 올라온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 딸 관련 팩트'라는 제목의 글은 "모든 의혹은 팩트가 무엇인지 찾아봐야 한다"며 조 후보자가 자신의 SNS에 올린 의혹 관련 해명을 붙여 올렸다.
다른 맘카페 이용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과거 의혹들을 나열하면서 되레 조 후보자를 옹호하기도 했다.
이 글에는 "신문 어디에도 조국을 두둔할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며 반대 견해를 밝힌 비판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지금 언론이 정상이 아니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조국 딸이 의사가 되면 앞으로 진료 의사가 어느 학교 출신인지 꼭 확인할 거예요." 회원수 190만명인 여성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조 후보자 딸이 다니고 있는 '부산대'를 걸러내겠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 갈라진 민심…청와대 청원·포털 검색어로도 경쟁하며 여론전
조 후보자를 둘러싸고 갈라진 온라인 여론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도 확인된다. 조 후보자를 반드시 임명해달라는 청원이 추천 순위 1등(약 54만명), 조 후보자 임용을 반대한다는 청원이 2등(약 28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여론전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로 번졌다. 지난 27일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1, 2위엔 나란히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가 올라왔다. 28일, 29일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검찰이 조 후보자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시작하면서 조 후보자를 향한 민심은 더 요동치는 모양새다. 한 정치평론가는 "검찰 수사를 옹호하는 쪽과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비판하는 쪽으로 여론이 갈라지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국면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김형준 교수는 "문재인 정권은 지난 정권에 맞서 공정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 핵심 인사인 조국이 이런 논란에 빠졌다"며 "문 대통령을 지지하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 여성과 청년의 분노를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