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연장된 것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있는 모습.(사진=교도/연합뉴스 제공)
지소미아 종료를 잠정 연기한 것을 두고 한국과 일본의 외교공방이 치열하다.
아베 총리는 한국의 종료 연기가 자신들의 완벽한 승리라고 과대 포장했고, 이에 대해 정의용 정책실장은 “Try me?"(한번 해볼래?)라며 도발적인 대응에 나섰다.
일본의 교묘한 외교술책에는 일본 언론까지 가세해, 왜곡된 주장을 확산시키고 있다.
합의왜곡에 대해 일본이 사과했다는 청와대의 주장과 그런 일 없다는 일본의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놓고 국내 여론도 들끓고 있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굴욕외교라는 평가도 있고, 강대국의 이해가 얽힌 민감한 문제를 절묘하게 풀어간 해법이라는 평가도 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해온 미국은 우리가 조건부 연장임을 명백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 갱신’으로 못 박으며 우리 결정을 보란 듯이 반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또한 일본의 오만한 반응을 지켜보고 있자면, 너무 많은 것을 내주고 얻은 것은 별로 없는 굴욕외교로 비춰진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양상도 보인다.
미국의 거센 압박은 지소미아가 태평양 지역의 안보전략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지소미아의 재연장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을 확인해줬다.
강경한 입장만을 내세우던 일본도 버티는 한국과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협상테이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 않기 위해, ‘일본 외교의 승리’라며 허풍을 떨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는 이른 바 ‘벚꽃 스캔들’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아베 정권의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7일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의 손을 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 역시 절묘한 해법이라는 자화자찬과 일본에 대한 다소 과장되고 과격한 반응의 이면에는 ‘굴욕’이라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백한 승리자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강제동원 배상판결과 위안부 문제로 촉발된 한일간의 외교갈등은 이제 출구를 찾아야 한다.
시발점은 한국의 지소미아 연장조치다. 일본은 여기에 호응해야 한다.
다음달 24일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이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일본의 지연전략을 차단하고, 손해 없이 한일관계를 정상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전략을 치밀하게 구상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도 지소미아를 매개로 우리 국익과 국력에 부합하는 외교적 성과물을 얻어내야 한다.
신의 한수인지, 아니면 굴욕외교인지 여부는 최종 결과물이 말해 줄 것이다.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