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태양(故 김민식 군 아버지)
학교 앞은 스쿨존이라고 해서 어린이 보호 구역입니다. 시속 30km 이상으로는 달릴 수가 없죠. 그런데 민식이는 그 학교 앞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고 엄마와 동생이 보는 그 앞에서 과속 차량에 치어 숨졌습니다. 그래서 학교 앞 횡단보도에는 과속 방지 카메라를 달아달라는 게 바로 민식이법입니다.
여야가 모두 만장일치 동의를 했습니다. 본회의에 상정됐고요. 29일 본회의가 열리기만 하면 통과가 되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199개 전체 법안에 대해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기 때문에 사실상 본회의를 막은 거다라고 하고 한국당은 아니, 본회의를 열면 민식이 법안은 통과시킬 생각이었는데 민주당이 본회의 자체를 막은 거다라고 말을 합니다. 어쨌거나 민식이법은 좌절된 거고요. 부모들은 통곡했습니다. 금요일 쭉 상황을 지켜보신 분들은 아마 가장 아픈 장면으로 이 장면을 꼽으실 겁니다. 오늘 첫 순서 민식이 아버지 김태양 씨 직접 연결을 해 보죠. 민식이 아버지, 나와 계세요?
◆ 김태양> 안녕하세요.
◇ 김현정> 주말을 보내고 오늘 심경은 어떠십니까?
◆ 김태양> 국회 상황이 계속 복잡하게 돌아가다 보니까 이제는 어떻게 해야 될지를 갈피를 못 잡겠네요.
◇ 김현정> 갈피를 못 잡겠다. 본회의가 열리지도 않는 이 상황을 예상하셨어요?
◆ 김태양> 아니요. 저희가 제2 하준이법하고 민식이법이 금요일날 법사위에 올라갔잖아요. 아무래도 법사위가 거의 마지막 문턱 관문이라고 많이 얘기하시니까 법사위가 통과돼서 기뻐하고 있는데 불과 5분도 채 안 돼가지고 필리버스터가 돼가지고 본회의가 무산됐다는 소식을 듣고 좀 참담했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도 잘 모르겠고.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 김태양, 박초희 씨 (사진제공=연합뉴스)
◇ 김현정> 나경원 원내 대표를 찾아가셨어요, 그 필리버스터 신청한 나 원내 대표를.
◆ 김태양> 유가족들이 다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데 나경원 원내 대표님께서 기자 회견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가지고 나경원 원내 대표실 앞으로 찾아갔죠. 왜 무엇 때문에 본회의가 무산이 됐는지 저희는 자세하게 모르니까. 한번 들어보려고 내려갔고요. 거기에서 이제 나경원 원내 대표님 비서분인가 보좌관분이 나경원 원내 대표님 면담을 요청하셨다. 그래가지고 저희가 기자 회견 듣고 나서 하겠다라고 얘기를 했고요. 그리고 기자 회견을 들었는데 저희 아이들의 이름으로 된 법안을 카드로 내세우셨잖아요.
◇ 김현정> 기자 회견을 쭉 듣는데 민식이 법안이 정치 협상 카드로 이용되는 느낌을 받으셨어요?
◆ 김태양> 그렇죠. 선거법을 상정 안 하면 민식이법 등 나머지 생명 안전 법안들을 통과시켜주겠다. 이렇게 말씀을 주셨기 때문에 저희가 이제 본회의가 안 열려서 오열을 한 게 아니라 아이들 이름에 대한 모욕적인 부분에 대해서 부모님들이 다들 화가 나셔서 오열을 하게 된 거고요. 그래서 나경원 원내 대표님의 면담을 저희가 거부하고 국회 정론관에 가서 기자 회견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본회의가 무산됐을 때는 그냥 어리둥절 이게 뭔가 이런 거였고 그다음 기자 회견을 듣고 나서 우리 아이들 이름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랐다는 자체가 서러워서 우신 거예요?
자유한국당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가운데 이날 처리가 예정된 어린이생명안전 관련 법안의 (해인이, 태호, 민식이) 유가족들이 나경원 원내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을 바라보고 있다. 윤창원기자
◆ 김태양> 그렇죠. 굉장히 모욕적이었고.
◇ 김현정> 모욕적이어서요.
◆ 김태양>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국회 정론관에서도 기자 회견할 때 꼭 사과를 해 달라 입장 표명을 했고요.
◇ 김현정> 사과 받으셨어요, 혹시?
◆ 김태양> 아직까지 사과에 대한 건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제 한국당에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민식이법까지 필리버스터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쟁점 법안만 필리버스터를 걸어놓으면 민주당이 본회의 열리고 나서 순서를 바꿔서 쟁점 법안을 먼저 처리해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전체 다 걸어놓은 거다. 실제로 민식이법에 대해서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 이런 입장이거든요.
◆ 김태양> 저희는 민주당도 아니고 자유한국당도 아닙니다, 유가족들은. 말 그대로 어린이들 안전을 위해서 저희 유가족들은 동분서주 뛰고 있는 거거든요.
◇ 김현정> 그 말 참 와 닿네요. 우리는 민주당도 아니고 한국당도 아니다. 어느 당도 아니다.
◆ 김태양> 저희는 또 정치인도 아니고요. 이 본회의가 무산된 것에 대해서 책임에 대해서는 두 당 다 회피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저희 입장에서는 정치는 정치인들이 이해관계 얽히시니까 하시는데 그 안에서 과연 아이들의 생명 안전 법안을 이렇게까지 이용하셔야 했나. 그런 부분이 제일 속상합니다.
◇ 김현정> 한국당에도 서운하고 민주당에도 서운하다 이 말씀이세요.
◆ 김태양> 두 당 다 책임은 있으니까요.
◇ 김현정> 주말 사이에 막 또 여론이 굉장히 비판을 했고 두 당이 협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얘기가 뭐냐 하면 한국당에서는 민식이법을 원포인트로 통과시키자. 그러니까 본회의 열어서 민식이법만 원포인트 통과시키는 걸 약속해 주면 열겠다 이런 거고 민주당에서는 필리버스터 자체를 철회하지 않으면 민식이법만 원포인트는 안 된다. 이런 거거든요. 이런 상황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유한국당이 29일 국회 본회의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한 가운데 일부 한국당 의원들 외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으며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김태양> 그게 참 저희 입장에서는 복잡해요. 일단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아이들의 생명 안전 법안이 저희 입장에서는 제일 중요하죠. 하지만 이제 또 다른 법안들이 있고 분명히 그 법안들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이 있고 그런 법안들보다 저희가 무조건 우선시된다고 말은 하지 못하죠.
◇ 김현정> 그래서 지금 우리 것만이라도 원포인트 해 주십시오라고 강하게 말씀은 못 하시겠단 말씀이군요.
◆ 김태양> 그건 어떻게 보면 좀 이기적인 것 같아요. 다들 좀 합의를 잘 보셔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죠.
◇ 김현정> 그나저나 지금 계속 민식이법안을 붙들고 여기저기 호소하고 다니신 지가 얼마나 된 거죠, 아버님?
◆ 김태양> 저희가 강훈식 의원이 그 법안 발의를 하고 저희가 국민 청원을 진행을 했어요, 처음에 민식이법만 가지고요. 밖에 나가가지고 서명 운동도 하고 거의 저희 민식이 잃고 나서는 매일 나간 것 같아요. 밖에도 나가고 두 달 좀 넘은 것 같네요.
◇ 김현정> 생업도 내려놓고 엄마, 아빠가 다. 아니, 어린 동생도 있는데 그렇게 백방으로 뛰어다니시면 이거 지금 뭐 집안 상황이 말이 아니겠네요.
◆ 김태양> 일단 저희 같은 경우는 사건이 조금 경중이 달라요. 아이 엄마하고 아이들이 다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에 굉장히 차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커요.
◇ 김현정> 둘째, 셋째도요.
◆ 김태양> 그리고 자다가 화들짝, 화들짝 놀란다든가 자다가 이제 오줌을 지린다든가. 아니면 갑자기 자다가 소리를 지르고 막 이런 것도 있어가지고 저희가 국회 일정을 계속 소화하느라고 심리 상담 센터를 못 다니고 있죠.
◇ 김현정> 트라우마가 대단할 것이기 때문에 아마 아이들도. 그러니까 둘째, 셋째 또 아버지, 어머니 다 다니셔야 될 텐데.
◆ 김태양> 그래서 저희도 이렇게 민식이법안이 되고 나면 그 이후에 저희가 좀 다니려고 남은 아이들한테 좀 미안하기도 하고 다 똑같은 자식인데 많이 걱정이 되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얼른 이 법안 처리가 되고 부모님들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서 치료도 받고 추스리면서 아이들 돌보실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될 수 있기를 저도 기원하겠습니다.
◆ 김태양>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김태양> 감사합니다.
◇ 김현정> 민식이 아버지 민식이법안으로 지금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는 그분이죠. 금요일에 참 이분들의 통곡이 많은 사람들을 울렸습니다. 민식이 아버지 김태양 씨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