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광주CBS 유튜브 채널 '뉴재석'
■ 프로그램 : 정조박의 노컷 인사이드
■ 촬영 : 한세민 영상기자
■ 기술 : 정창원 엔지니어
■ 진행 : 정정섭 아나운서
■ 참여 : 조시영·박요진 기자
◇ 정정섭 > 유튜브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뉴재석(유튜브 채널 '뉴스의 재해석')의 정정섭입니다.
광주전남지역의 핫이슈를 깊숙이 들여다보면서도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보는 시간. 정조박의 노컷 인사이드. 유튜브 시청자 여러분 구독하기, 좋아요. 잊지 마시고요. 박요진 기자 오늘은 무슨 이야기 나눠볼까요?
◆ 박요진 > 네. 광주CBS는 최근 8차례에 걸쳐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의 눈물 - 코리안 드림은 없다를 연속 보도했는데요. 기사에 미처 담지 못한 뒷이야기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 정정섭 > 저도 기획기사 관심 가지고 잘 살펴봤는데 박 기자가 직접 섬에 들어가서 잠을 자기도 하고 정말 고생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민박집에서 지내면서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이번 기획 기사에 대해 간단히 요약한 번 해주시죠?
◆ 박요진 > 네.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들은 의식주 모든 면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이나 샤워실이 없는 숙소에서 지내는 것은 물론 곰팡이 가득한 숙소에서 묵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바다에서 잡은 생선이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며 일 년에 한두 번 육지에 나갈 수 있어 마음에 드는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을 수도 없는 형편에 놓여 있었습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잠금장치도 제대로 없는 숙소에서 지내며 성폭력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도 했습니다.
(사진=자료 사진)
◇ 정정섭 > 취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나요?
◆ 박요진 > 네. 무엇보다 이렇게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어촌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가장 놀랐습니다. 제가 직접 찾은 섬 중에는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외국인 노동자인 섬도 있었는데요. 섬을 돌아다니면 이곳이 한국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 정정섭 > 저도 전남뿐만이 아니라 광주 식당에 가보면 직원들이 모두 외국인 노동자인 경우가 적지 않더라고요. 농어촌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니 앞으로도 더 이런 현상이 심해질 것 같습니다.
◆ 박요진 > 네. 직접 현상을 보고 관련해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시민단체나 종교단체 관계자들이 섬에서 지내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먹을거리 등을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섬에서 일 년에 한두 번 나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의식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 정정섭 > 이번 기획기사 취재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100명 가까이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 박요진 > 네. 100명 모두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될 수 있는 한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려고 노력했습니다.
◇ 정정섭 > 취재 과정에서 의사소통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 박요진 > 외국인 노동자들의 한국어 실력 편차가 심한 편인데요. 가벼운 수준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10명 가운데 한 명 정도였습니다. 대다수가 대화가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 정정섭 > 한국어 시험을 보고 들어온다고 들었는데요. 최소한의 의사소통도 안 된다면 문제가 심각한 것 같은데요.
◆ 박요진 > 네. 외국인 노동자들이 보는 시험이 문법 중심이다 보니 시험을 치른다고는 하지만 의사소통 실력과는 별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국에 들어온 뒤 2박 3일 동안 20시간 교육이 진행되는데 한국어를 배우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죠.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하루 종일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아 한국말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같은 기간 한국에 머물고 고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제조업 등 다른 사업장에서 일한 외국인 노동자들과 한국어 실력을 아주 큰 차이를 보입니다.
◇ 정정섭 > 관련 기획기사 취재하면서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고요?
◆ 박요진 > 네. 고용허가제를 통해서만 일 년에 9000명 정도 되는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올해 고용허가제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가 4만 5000여 명이니까 20% 정도를 차지하는 수칩니다. 외국인 노동자라고 하면 대부분 공장 등의 제조업에서 일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농어촌에서 상당히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겁니다.
◇ 정정섭 > 실제로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나 보니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 박요진 > 네. 사실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미안함이었습니다. 사실 저라면 지내지 못할 정도의 지저분한 공간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조금 더 부유한 나라에 산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이처럼 대해도 되는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광주 한 토마토 비닐하우스. (사진=독자 제공)
◇ 정정섭 > 맞습니다. 같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기사를 보니 부끄러운 민낯이 너무 많았습니다.
◆ 박요진 >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농어촌의 특수성을 고려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표준 근로계약서 항목은 근로시간, 장소 등이 비교적 꼼꼼히 작성돼 있지만 농어촌에서는 쉽게 지켜질 수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도시지역은 회사에서 숙소를 제공해주지 않더라도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과 숙소를 잡고 지낼 수 있지만 농어촌의 상황이 아예 다릅니다. 표현이 좀 거칠 수 있지만 고용주가 사실상 외국인 노동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판단하시면 됩니다.
◇ 정정섭 > 연속 기획기사를 보도하면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에도 많이 시달렸다고 들었습니다.
◆ 박요진 > 네. 댓글은 물론 메일, 전화 등 여러 방식을 통해 항의를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외국인 노동자를 두둔하지 말아라, 외국인 노동자가 좋으면 네가 데리고 살아라 등 비속어를 사용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 정도의 반응이라면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느끼는 혐오는 얼마나 심할지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 정정섭 > 청취자들이나 독자들의 항의를 수긍해야겠지만 이 자리를 빌려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 박요진 > 네. 이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의 가장 큰 논리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건데요. 그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씩 한 달에 하루나 이틀 쉬면서 200만 원 정도 받고 있는데요. 사실 고용주들 입장에서도 비슷하거나 돈을 조금 더 주고라도 한국인을 고용하고 싶지만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 정정섭 > 아 그렇군요. 그럼 그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거군요.
◆ 박요진 > 네, 맞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들어오고 있는 거라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오고 싶다고 신청하는 것은 맞지만 한국 고용주들 역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싶다고 신청하고 선택에 한국에 들어오게 되는 겁니다.
◇ 정정섭 > 아 그러니까 아무리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 들어오고 싶더라도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고용주가 없으면 한국에 들어올 수 없다는 거군요.
◆ 박요진 > 네, 그렇습니다. 또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과거 우리나라 국민들이 다른 나라에서 힘들게 일했다는 사실이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해도 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더 힘들게 일했다' 이런 댓글을 심심찮게 봤는데요. 외국인 노동자의 상황을 방치해도 된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정정섭 > 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언제든지 녹음·녹화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한다는 사실이 가장 가슴에 아팠습니다.
◆ 박요진 > 네. 저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는데요. 실제 외국인 노동자들이 촬영하거나 녹음한 파일은 보고 듣기 민망할 정도로 비속어가 많거나 폭행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 물증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장 변경조차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지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정정섭 > 광주CBS 보도를 통해 드러난 충격적인 사실 가운데 하나가 외국인 노동자들이 양식장이나 어선, 사실상 무인도에서 홀로 지내다는 게 사실인가요?
(사진=박요진 기자)
◆ 박요진 > 사실 저도 취재를 통해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람을 양식장이나 어선 위에서 지내도록 한다거나 아무도 살지 않는 섬에서 지내게 한다는 게 사실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 같은 피해 사례는 여러 곳에서 확인됐습니다. 사실 양식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일과 시간에만 혼자 지내더라도 외로움을 많이 호소하는데요. 하루 종일 홀로 지내게 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 정정섭 > 일하는 게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쫓기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면서요?
◆ 박요진 > 네, 맞습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외국인 노동자를 사람이 아닌 하나의 부속품 정도로 여기기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닌 이상 매일 같이 오랜 시간 일할 수 없는데 고용주들은 더 열심히 많이 일해주기를 요구하고 말을 듣지 않는 경우 외국인 노동자를 내쫓고 있었습니다.
◇ 정정섭 > 박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박요진 > 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용허가제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저희는 외국인 노동자로 표기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라는 표현에 차별적 요소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이주 노동자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평가받는데요. 보다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대중들에게 더 익숙한 외국인 노동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해서 그런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허가를 받지 않고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 외국인 노동자로 지칭했는데요. 이 역시도 허가 또는 미허가로 구분하는 게 사실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허가를 받지 않았을 뿐이지 사람 자체가 합법 또는 불법일 수 있다는 이야기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 정정섭 > 박 기자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시 코리안 드림을 꿈꿀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랍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노동력이 아닌 인권 측면에서 바라보길 바라며 이상 정조박의 노컷 인사이드였습니다. 유튜브 채널 '뉴재석'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