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전역결정 통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한국에서 성전환 수술 후 강제로 전역하게 된 육군 부사관의 사례를 두고 외신들은 한국 사회의 보수성을 주목했다.
외신들은 이번 논란을 성 소수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인식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평가하며 한국이 다양성 존중에서 인색한 면이 있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영국 BBC방송은 23일 보도에서 "한국에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트랜스젠더)는 장애나 정신질환으로 자주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강력한 보수 기독교단에서 LGBT를 죄악으로까지 규정하고 성 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없다는 사실도 한국 사회의 보수적 성향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그러나 BBC방송은 한국 근로자의 말을 인용해 LGBT 행진과 같은 행사가 열리는 등 한국에서 점진적이기는 하지만 태도 변화가 감지되기는 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안이 게이와 트랜스젠더가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한국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가늠하는 하나의 시험대였다고 진단했다.
WSJ은 "LGBT 공동체가 최근 들어 더 많이 포용되긴 하지만 한국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대만, 게이라고 공표한 의원을 선출한 일본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여전히 관용(다양성 인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성 소수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했다.
NYT는 "이번 사건은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가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특히 군대에서 자주 마주치는 비우호적인 처우를 잘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BBC방송, NYT, WSJ은 남성으로 입대했으나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고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이번 사건의 주인공 육군 변희수(22) 하사를 모두 '그 여자'(she)로 표현했다.
변 하사는 창군 이후 처음으로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복무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려고 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 신청도 제출했다.
그러나 육군은 신체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성전환 수술 후 바로 실시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강제전역을 결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의 진정을 받아들여 법원의 성별 정정 이후로 전역심사를 연기하라고 권고했으나 육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육군은 "이번 전역 결정은 성별 정정과 무관하게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