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의 세계적 신드롬을 등에 업고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영화 속 대표적인 서울 촬영지를 관광코스로 개발하겠다고 나서면서 '가난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지난 13일 "영화 속 대표적인 서울 촬영지를 배경으로 '영화 전문가와 함께하는 팸투어'를 기획"했다며 "이를 관광 코스로 개발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 속 주요 촬영지였던 마포구 '돼지쌀슈퍼'와 '기택 동네 계단'-종로구 '자하문 터널 계단'-동작구 '스카이피자'로 이어지는 영화 '기생충' 촬영지 탐방코스'는 이미 지난해 12월 서울관광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가난을 상품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광객들이 영화 속 기택 동네를 탐방하며 가난한 이미지를 소비하도록 하는 건 주민들을 비롯한 열악한 주거지에 사는 이들을 '구경거리'로 만든다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pr****)은 "'기생충'은 빈부격차를 고발하고 극빈층의 비참함을 풍자한 영화인데 촬영장소를 관광코스로 소비할 생각을 하다니 황당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fu****)도 "윤리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문제다. 구경거리가 되는 해당 지역의 주민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 돌아가는 건 하나도 없고, 그 구경거리를 주선해주는 자들만 돈을 뽑아먹기 때문"이라며 "타인의 삶을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면서 정작 그 사람의 삶에는 전혀 도움을 안 준다"고 지적했다.
영화 '기생충' 중 물에 잠긴 기택 동네. (사진=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이 '불평등'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전 세계의 공감을 끌어낸 상황에서 가난을 전시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자연스레 뒤따른다.
황진미 문화평론가는 "영화에 등장하는 반지하 방은 실제로도 존재한다. 그런데 과거에 사라진 것을 전시하는 민속촌처럼 그걸 구경하도록 하겠다는 건 실제로 반지하에 살고 있는 사람들, 또는 그보다 열악한 쪽방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열악한 가옥을 어떻게 정비해나갈 것인가, 영화 속 일어나는 끔찍한 물난리 사태 등은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이런 고민 대신 영화를 통해 구경했던 가난을 실제로도 구경할 수 있게 하나의 '볼 거리'로 사고한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이날 "서울시는 가난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굶어죽는 사람이 없는 서울시를 만들기 바란다"면서 "서울시는 주민들의 고통 위에 돈을 버는 관광 상품 개발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광산업과 관계자는 "서울시가 소개하기 전에도 영화 팬들 사이에선 일명 '성지순례'처럼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난의 상품화' 논란과 관련해선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정보 제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기획된 것이다. 현장에서 관광객들을 만나봐도 영화의 감동을 더 느끼기 위해 찾아온 것이지 '가난'을 체험하러 온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