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8일 대구 이단신천지 관련 첫 확진자였던 31번 환자가 발견된 지 1달이 지났다.
국내 최대 증폭집단이었던 신천지발 집단감염은 국가적 노력을 통해 겨우 통제 범위 안으로 들어왔지만, 다시 코로나19 유행 초반의 위험요소였던 해외 유입과 각지에서 빈발하는 소규모 집단 감염사태에 대한 대응이 변수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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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틀을 바꿔버렸던 신천지 집단감염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였던 중국인 관광객(35세 여성)이 인천공항 검역과정에서 격리되며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됐다. 그 뒤 한 달은 중국 등 해외에서 이미 감염된 채 입국해 확진된 사례들과 이들에 의한 2차·3차 감염에 대한 대응이 핵심 과제였다.
해외유입 사례의 경우 이들이 검역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국내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던 중 확진돼 국민들의 불안을 야기했지만, 일단 방역망 내로 들어올 경우 비교적 소수였기 때문에 접촉자를 가려내고 격리시키는 등의 조치가 가능했다.
이들에 의한 2차·3차 감염 사례들도 역학조사를 통한 접촉자 분류에 포함됐던 환자들이었기 때문에 초창기 코로나19 방역은 성과를 거두는 듯 보였다.
그런데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신천지 신도였던 31번 확진자(61세, 여성)가 등장하며, 신천지 집단감염의 실태가 드러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31번 환자가 2차 감염자로 추정됐고, 그 이전부터 대구 신천지 종교행사로 인한 집단 내 전파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결국, 신규 확진자 수는 2월 18일 2명에서 19일 34명, 22일 190명, 27일 449명으로 폭증하더니 29일에는 역대 최대 증가폭인 909명의 확진자가 새로 발견됐다. 확진자 개개인의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를 가려내던 기존의 방역 시스템이 무의미해진 것이다.
또 대구 신천지 집회에 대구 거주자 외에도 전국에서 모여든 신도들이 참석했다가 돌아간 것으로 드러나며, 신천지발 감염 사례가 어디서든 확인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대구 신천지 신도 전원을 자가격리하고, 전국 신도와 교육생 등 약 31만 명의 전수명단을 확보해 의심증상 여부를 확인하는 등 신천지 자체를 방역망 안으로 들여왔다.
대구는 2월 21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의심증세만 있으면 역학적 연결고리와 무관하게 진단검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확진자 역학조사에 얽매이기보다 빠른 진단과 빠른 치료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따라서 신천지 집단감염의 원인을 밝히는 일은 뒤로 미뤄진 상태다. 여전히 중국에서 들어온 신천지 신도에 의한 감염 등 가설만 제시될 뿐, 방역당국은 확실한 정답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사진=연합뉴스)
질본 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은 17일 "우선순위에서 과거의 감염원을 캐는 것이 늦어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31번이나 신천지 신도와 관련된 것을 완전히 잊어버리거나 뒤로 미루는 것은 아니며 여러 가지 가설을 가지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어떤 증거에 접근을 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을 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23일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전국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밀집행사 참석 자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비록 신천지 명단의 부정확성에 대한 의문과 신도들의 불성실한 협조 등의 변수는 존재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에 힘입어 정부 정책도 효과가 나타났고, 5천명을 돌파한 신천지 관련 확진자의 증가가 확연히 둔화되는 시점에 도달했다.
질본 정은경 본부장은 16일 전국 확산 상황에 대해서도 "3주 정도 휴교·휴원, 다중행사 자제 등에 온 국민이 참여해 대구·경북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에서의 발생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았다"며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해주신 결과"라고 말했다.
◇해외유입·소규모 집단감염 등 변수…개학도 걱정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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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집단 감염은 통제 범위에 들어왔지만, 밀집·밀폐 공간 중심의 소규모 집단감염과 초기 코로나19 유행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해외유입이 다시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해외유입 사례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특별입국절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세계에서 들어오는 입국자 모두를 대상으로 검역단계에서 의심증세 확인을 강화하고, 입국 뒤에도 자가진단 앱으로 증상 유무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입국자가 체류하는 지자체에 명단을 보내 관할 보건소에서 하루 1차례 이상 연락하는 방식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소규모 집단감염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검사량과 의사 판단만 있으면 되는 유연한 검사기준을 통해 빠르게 확진자를 찾아내고, 역학조사를 통해 접촉자를 격리하고 집단감염의 실마리를 잡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은혜로강교회와 같이 증상이 없는 확진자가 다수 발견되는 것도 "접촉자 분류 시 조기부터 검진해 무증상 상태에서 진단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또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개학이 대규모 집단감염의 불씨로 남아 있는 상태다. 개학은 다음달 6일로 미뤄졌지만, 집단생활의 특성상 1명의 학생만 감염되도 빠르게 확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4월 초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해 감염 확산의 고리를 끊어줄 것을 거듭 당부하고 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17일 "감염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고 또 감염원을 찾는 것은 저희 방역당국과 지자체가 합심해 노력할 것이고, 국민 한분 한분이 사회적 거리두기나 종교행사 자제, 손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 준수로 감염의 연결고리를 끊는데 기여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