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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청년 대책…"그러나 우린 여전히 악세사리"

국회/정당

    쏟아지는 청년 대책…"그러나 우린 여전히 악세사리"

    • 2020-03-18 06:00

    [깜깜이 총선, 공약이 藥이다] <2>청년 분야
    민주 '정치 참여 확대' 통합 '조국방지법' 정의 '대학 무상교육'
    여야 없이 경쟁적으로 공약 내놨지만 "청년에 대한 진지한 고민 미흡"

    글 싣는 순서
    ① 초유의 코로나 사태…공약은 메르스 이후 제자리 걸음
    ② 쏟아지는 청년 대책…"그러나 우린 여전히 악세사리"
    (계속)


    사진=연합뉴스

     

    이번 총선부터 투표권 연령이 19세에서 18세로 낮아졌다. 그만큼 미래를 상징하는 청년들의 표심이 중요해졌다. 그래서 청년 문제는 여야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다. 앞다퉈 청년 인재를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약 세부사항으로 들어가 보면, 여전히 이전과 다를 바 없다. 청년 문제를 보여주기식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8일 당의 14번째 총선 공약으로 청년 공약을 발표했다. △정치참여 △일자리 △주거 △교육 공공성 △심리 건강 5개 부문에 걸쳐 총 14개의 정책을 내놨다.

    민주당이 첫째로 내세운 부문은 청년 정치참여 확대다. 이중 청년특임장관 신설 공약이 눈에 띈다. 청년기본법에 따라 설치될 청년정책조정위 청년대표를 특임장관으로 임명하겠다는 거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청년 후보의 선거비용 보전 기준을 기존의 절반으로 낮추는 공약도 담겼다. 전액 보전은 유효득표율 15% 이상에서 8% 이상으로, 반액 보전은 유효득표율 10~15%에서 5~8%로 조정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래픽뉴스팀

     

    민주당 청년 공약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일자리다. 총 6개 정책이 담겼다. 민주당은 청년 일자리를 위해 청년 전용 벤처·창업 인큐베이터와 청년들이 물건을 팔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형 청년몰'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청년창업센터,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지원을 강화해 신기술 중심 청년 창업가와 소상공인을 2024년까지 8,500명 육성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달 26일 '청년 공정 희망 7대 공약'을 발표했다. △입시 개선 △채용 청탁 근절 △벤처생태계 조성 △농민·예술인 지원 △주거 개선 이 골자다.

    통합당의 첫 번째 청년 공약은 ‘조국방지법’ 제정이다. 대입에서 정시 비율을 50% 이상으로 대폭 상향하고 입시 불공정을 막기 위해 입학지원서를 영구보관하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통합당 청년 공약 설명 자료에 '문재인 정부'는 총 6번 언급된다. 청년 일자리 공약의 취지 설명에는 "문재인 정부의 '기업 옥죄기' '소득주도빈곤정책' 등 반기업 친노조 정책 노선" "문재인 정부는 최근 청년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대부분 단기일자리"라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정책 대안으로는 최저임금제를 개편하고 유연근로제를 확대해 기업 활력을 살리겠다고 제시했다. 정부·여당의 반대에 가로막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처리하겠다고도 했다. 이 외에도 청년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에는 주52시간제도를 벤처기업에 예외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의당은 16일 ‘부모찬스 대신 사회찬스’라는 제목의 청년공약집을 내놓았다. 1월 발표한 청년기초자산제에 이어 청년 공약을 모아 발표한 것이다. 청년 공약에는 △부채·주거 지원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 및 채용 투명화 △직업계고 월급 인상·대학 무상교육 △학력·학벌 차별금지법 제정 등이 담겼다.

    정의당은 큰 구상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앞세웠다. 대학 무상교육 공약의 핵심은 전문대부터 바로 무상교육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의당은 청년을 위한 주택이나 도시를 공급하기보다는 혼자 월세에 사는 청년에게 월 20만 원씩 주거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학력 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직업계를 졸업하고 첫 월급으로 250만 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고교취업 연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이 청년 마음을 사기 위해 시도는 하고 있지만, 청년 사이에선 기존 정책의 규모만 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취업준비생 김소진(27) 씨는 민주당의 취업 지원 공약에 대해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 프로그램 중에 취업과 관련 없는 것들도 있다"면서 "프로그램은 그대로 두고 지원만 확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결혼 3년 차인 B(29) 씨는 민주당의 청년·신혼 주거 대책에 대해 "정부가 짓고 있는 신혼 주택은 아이 있는 집이 살기엔 좁다"면서 "이 정책을 반복한다면 효용이 적을 것 같다"고 했다.

    청년 공약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도 많다. 한 스타트업 창업 초기 멤버로 참여한 A(29) 씨는 통합당의 창업 공약에 대해 "지원을 누구에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B 씨는 정의당 주거 공약에 대해 "복잡한 청년 주거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공약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민주당 공약은 재정 추계는 돼 있지만 재원 조달 방법이 생략돼 있고, 통합당 공약은 추계가 빠져있어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전자는 무책임하고 후자는 무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공약에 대해서는 지속가능한 설계가 없다면서 "청년이 돈이 없다고 하니까 그냥 주겠다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청년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청년과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취업준비생 이예슬(26) 씨는 "각 당이 항상 비슷한 정책을 내놓는데, 청년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년을 수혜의 대상이나 소비의 도구로 보지 말고 제대로 된 기회를 할당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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