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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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10일 이태원 클럽 집단발병에 대해 "굉장히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며 사과했다.
정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밀폐되고 또 밀도가 높고 굉장히 밀접한 접촉을 하는 유흥시설이나 종교시설 등에 대한 우려를 많이 했는데 그런 우려가 이태원 클럽의 집단발병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돼서 굉장히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신천지 집단감염이나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등 밀폐·밀집 시설의 위험성을 수차례 경고하고 알렸음에도 또다시 유사한 형태의 집단발병이 나타난 것에 대해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태원 클럽 관련 누적 확진자는 이날 오후 12시 기준 54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클럽을 직접 다녀간 사람 외에도 지인이나 가족 등 2차 감염자도 11명이나 되는 등 전파 속도가 빠르다. 4월 말에서 5월 6일까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해 노출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의 규모만 6천~7천명으로 추산되는 상황이다.
정 본부장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유흥시설만큼은 영업규제를 이어가야 한다는 건의를 정부에 한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시설별로 수칙은 달리해서 적용했지만, 운영 자제를 차등화해서 단계적으로 오픈하는 것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모니터링을 하면서 시설 종류나 지역별로 소규모 유행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별 조치를 강화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특별히 유흥시설만 짚어 추가 조치를 구상한 적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태원 클럽 집단발병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기 때문에 방역당국은 발빠른 대응을 최우선 목표로 잡고 있다.
정 본부장은 "지역사회 추가적인 전파차단은 시간과의 싸움으로 속도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서울시 등 지자체가 신속한 역학조사와 광범위한 진단검사로 연결고리를 찾고 추가적인 확진자를 차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본부장은 국민들에게도 "신속한 사례에 대한 확인과 추가적인 노출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4월 말부터 5월 6일까지 이태원 소재 유흥시설을 방문한 분들이라면 모두들 외출을 자제하고 증상유무와 관계 없이 신속하게 진단검사를 받아주실 것을 강력하게 요청드린다"고 재차 촉구했다.
이들은 일반 병원을 먼저 방문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관할 보건소나 1339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상담을 통해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 본부장은 "다중이 이용하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접촉 후 또는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감염을 의심하고 조기에 진단검사를 받는다면 조용한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면서 "힘들게 되찾은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방역당국과 고위험시설의 운영자, 국민 한 분 한 분의 감염예방을 위한 책임 있는 실천과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모두의 동참을 요청했다.
앞서 국내 최대 집단발병이었던 신천지 집단감염 당시에는 신도들의 코로나19 양성률이 30%를 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전파가 일어난 바 있다.
이번 이태원 클럽 집단발병도 밀집·밀폐된 공간에서 접촉이 벌어졌기 때문에 대규모 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본부장은 "신천지의 경우 한 번의 노출이 아니라 굉장히 여러 번의 예배가 있었고, 이외의 소규모 학습·모임을 통해 굉장히 밀접한 접촉이 있어 양성률이 높았던 것"이라며 "이번 건은 명확하게 확진환자들이 머물렀던 시간이나 공간에 같이 있던 접촉자를 특정화 해서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폐쇄된 종교집단의 특성과 달리 클럽의 경우 어느 정도나 가까이에서 접촉했는지 세부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 본부장은 "아무래도 그 기간 동안에 방문했던 사람 전체를 노출자로 보고 확진자를 찾아야 되기 때문에 양성률은 지금 속단해서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다만 밀폐된, 밀접한 노출이 있었고 다들 면역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양성률은 높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사한 상황이었지만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부산 클럽 사례에 대해서는 "확진자들이 클럽을 방문했을 때 어느 정도의 전염력이 있는 시기였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원 클럽의 최초 발견 환자는 지난 2일 클럽에 다녀온 뒤 증상이 나타났다고 방역당국에 설명했지만, 진단검사 결과 바이러스 분비량이 상당해 클럽 방문 당시 높은 전염력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부산 사례는 발병하기 2일 전에 방문했기 때문에 전염력이 거의 없거나 낮아 추가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정 본부장은 "건강한 청장년층은 큰 증상 없이 회복이 되지만 유행들이 지역사회에 누적되게 되고,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들이 노출되면 굉장히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상기해 달라"며 "지난 4월 말부터 5월 6일까지 이태원에 소재한 유흥시설, 클럽에 방문하신 분이라면 증상하고 상관없이 1339나 보건소를 통해서 신속하게 진단검사를 받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을 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