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엿새째 폭력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진압경찰의 유화적인 대응으로 시위가 평화롭게 끝난 곳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에스에이투데이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밤 9시 아이와와주 드모인에서는 통행금지령이 발령됐다.
그 무렵 드모인 경찰서 건너편에 모인 시위대는 경찰의 진압을 예상하고 하나 둘 무릎을 꿇었다. 그러면서 고인이 된 조지 플로이드를 잠시 추모했다.
시위대는 이어 손을 들고 경찰을 향해 "쏘지 말라"고 애원했다. 그러면서 경찰관들도 자신들과 함께 무릎을 꿇으면 시위를 마치고 귀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지역의 한 목사가 시위대와 경찰 사이를 오가며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던 경찰관들이 시위대와 함께 무릎을 꿇기 시작한 것. 처음에는 고참 경찰관 두 명이 무릎을 꿇더니 이내 나머지 경찰관들도 뒤를 이었다.
시위대 해산을 위해 이 곳으로 온 또 다른 경찰관들 역시 해당 목사의 중재로 똑같이 행동했다.
시위대는 예상치 못한 경찰관들의 행동에 환호한 뒤 약속한 대로 해산했다.
다나 윙거트 경찰서장도 현장에 있었다.
윙거트 서장은 시위대와 경찰관 모두를 옳고 그름의 차이를 아는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운 뒤 "오늘 일은 하나의 성공이었다"고 자평했다.
(사진=USA TODAY 홈페이지 캡처)
이와 비슷한 일들이 전날 여러 곳에서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워싱턴주 스포케인, 플로리다주 마이매미 등 여러 곳에서 비슷한 장면이 목격됐다.
미시간주 제네시 카운티 보안관인 크리스 스완슨이 시위대와 만나 하이파이브를 한 뒤 시위대 행진에 동참한 일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다른 지역 경찰관들의 강경한 진압 태도와는 부조화를 이루는 행동이라며 극찬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백악관 지하 상황실에서 주지사들과 전화회의를 연 자리에서 시위에 대한 주지사들의 대응이 나약하다며 질책한 뒤 시위대를 압도하라고 강경주문을 쏟아냈다.
CNN이 대통령의 통화 음성을 확보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는 주지사들에게 "시위대를 압도하지 못하면 당신들 위에 올라탈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러면 놈들(jerks)로 보일 것"이라는 저속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또 "보다 강하게 대하라", "시위대를 탄압하라", "체포하고 추적하라, 그래서 감옥에 10년간 쳐넣지 않으면 이런 일을 다시 겪게 될 것이다"는 말도 쏟아냈다.
하지만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의 논평은 트럼프 대통령과 또 달랐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현안들에 대해 설명한 뒤 말미에 시위대와 함께 무릎을 꿇은 경찰관들의 이미지로 만든 동영상을 기자들에게 보여줬다.
그는 이어 "경찰관과 시위대가 서로 포옹하는 장면은 보기에도 아름다운 광경"이라며 '우리는 형제들로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한다. 안 그러면 함께 바보들이 돼 소멸할 것'이라는 마틴루터 킹 목사의 명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