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대북 특사로서 방북하기 위해 특별기로 이동하는 모습.(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청와대가 최근 특사 파견을 북한에 제의하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으로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정철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18일 서울 종로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통일전략포럼' 세미나에서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공동 책임자라는 것이 북한의 시각"이라며,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두 사람을 특사로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철 교수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미국에 제시할 카드로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 방안을 미국에 제안하도록 설득한 사람이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이라며, "하노이 노딜의 여파로 김영철과 김여정 등 북한 측 핵심 인사들은 당시 징계를 받기까지 했는데, 당시 파트너였던 정 실장과 서 원장이 특사로 맞느냐는 게 북한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셋째)를 비롯한 대북 특별사절단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이정철 교수는 "우리 정부가 과연 제대로 된 특사 카드를 던진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인사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고 던져서 북한이 받기 어려운 카드였다. 김여정 제1부부장에 맞는 급으로 특사 카드를 던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극도로 경색된 현재 남북관계에서 "제일 급한 것은 (외교안보라인의)인사 정책"이라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남조선 당국이 15일 특사파견을 간청하는 서푼 짜리 광대극을 연출했다"고 특사 제의 사실을 공개한 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이 불순한 제의를 철저히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