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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양도세는 종이 호랑이"…다주택자들 '콧방귀'

사회 일반

    "종부세 양도세는 종이 호랑이"…다주택자들 '콧방귀'

    주택보급율 100% 넘지만 "왜 내 집은 없을까"…다주택자 비중 15.9%
    청와대, 고위직 공무원 등 다주택자로 포진…수도권 다주택자 비중 46%
    수억원 집값 뛰어도 보유세는 수십만원 올라…구멍뚫린 양도세도 차익 환수에 미흡
    1주택 실수요도 실거주 기간 세금 감면, 단기 매각땐 양도세 비과세 없애야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내집마련을 못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푸념섞인 하소연은 "저렇게 아파트가 많은데 왜 내집은 없냐"는 것이다. 또 여기에는 신규 분양 등 집이 많아지는데도 왜 집값이 계속 오르기만 하느냐는 불만도 깔려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8년 기준 전국 주택 보급률(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눈 수치)은 104%이고, 수도권인 경기·인천도 100%가 넘었다. 이는 모든 가구가 한채씩 집을 가질 정도의 물량은 된다는 뜻이다.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사라지고 있는 서울도 주택보급률이 96%에 달한다. 웬만하면 집을 살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됐지만, 지난해 기준 자가 보유율은 61.2%에 그친다. 수도권만 따지면 54.1%로 더 낮다.

    반면 2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다주택자는 2012년 163만 1천명에서 2016년 198만명으로, 2018년에는 219만2천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주택 소유자 중 다주택자 비중도 13.5%→14.9%→15.9%로 높아졌다.

    서울은 2012년 30만명이던 다주택자가 2018년 38만 9천명으로 늘었고, 경기·인천은 61만 7천명이 늘었다. 다주택자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달했다.

    여기에는 고위공직자들히 크게 한몫하고 있다. 2주택자였던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은 다른 다주택 비서관들에게 매각을 강력 권고하면서 청주 아파트를 내놨다. 지난해 말 같은 권고가 내려졌지만, 여전히 청와대 참모 가운데 28%가 다주택자다.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 강민석 대변인 6명이 수도권에 집을 2채씩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역시 다주택자이고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고위 공직자 중 상당수가 서울 강남 등 수도권 다주택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일 서울시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인사를 포함해 시의원 31%가 다주택자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기준 10채 이상인 '집 부자'는 4만2823명으로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주택자 안에서도 쏠림 현상이 강해진 것이다.

    집을 가진 사람이 또다른 집을 사들이면 주택 공급을 늘려도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까지 내려가지 못하는 정체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현금 동원력을 가진 부자들이 투기성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때문인데, 이런 수요가 가격을 떠받치면서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이렇게 늘어나는 건 '부동산 불패'가 하나의 신화처럼 자리 잡은 게 크다. 정부에서 정책을 쏟아부어도 되레 가격이 오르면서 부동산 투기(투자)는 무조건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부동산을 잡을 생각이 없다"는 반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도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많이 가진다는 것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잠실 아파트.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부동산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폭탄"이라며 호들갑스럽게 반응했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지난해 말 내놓은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같은 해 1~9월 거래된 9억원 초과 서울 아파트는 전년 대비 평균적1억4305만원이 올랐지만 종부세 증가분은 67만원에 불과했다. 시세증가액 대비 세금 증가액은 0.8%에 그친 것이다.

    다주택자들의 부동산이 한해에 수억~수십억원 올라도 가격 상승에 비하면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 시세차익을 실현할 때 내는 양도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조정지역 등에서 세율을 가산해 최고세율이 42%라고 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주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다주택자들은 과도하게 혜택이 몰린 임대사업을 통해 세금을 피해갈 수도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세, 재산세, 임대소득세, 양도세, 종부세, 건강보험료 등을 감면 받는다.

    결국 투기를 해서 많은 주택을 가지고 있어도 부담이 적고, 가격이 오르면 큰 수익이 가능하다보니 다주택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충남대 정세은 교수는 "정부 정책에는 투기 차단을 위한 근본 방안인 불로소득 환수가 빠져 있다"면서 "게다가 민간 임대사업자를 정책 파트너로 끌이겠다는 생각에 과도한 당근을 제시해 정책에 구멍을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1주택자들이 실거주 기간에 대해서는 재산세, 보유세를 낮추되 단기 보유 후 매각하는 경우 세제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는 조정대상 지역도 2년 거주만 하면 양도세를 면제해주고 있지만, 영국은 실거주 목적 1주택자이면서 계속 거주해야만 비과세 혜택을 준다.

    프랑스는 6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 추가 공제혜택이 주어지고, 실질적인 양도세 비과세는 22년 이상 보유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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