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위터 캡처)
안희정 전 충남지사 모친상 조문 논란, 고(故)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대응 등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더불어민주당의 잇따른 행보에 여성 유권자들의 탈당이 줄잇고 있다.
◇안희정 모친상에 조문 행렬, 박 시장 고소인에겐 "가짜 미투" 2차 가해 행위
여성 유권자들이 불만을 갖게 된 시발점은 여권 유력 정치인들의 안 전 충남지사 모친상 조문행렬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직함이 달린 조화를 보낸 것을 비롯해 정세균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이낙연 의원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이 대거 빈소를 찾아 안 전 지사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자 정부∙여당이 미투 피해자를 감안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김지은 씨가 쓴 책 '김지은입니다'를 여성들이 '연대 구매'해 판매부수가 깜짝 상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박 시장의 의혹 관련 질문을 들은 뒤 호통을 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민주당의 대응 방식도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거나 '2차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10일 박 시장 빈소를 찾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고인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는데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의가 아니다. 그런 것을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느냐"며 버럭 화를 내 논란을 빚었다.
박 시장이 가해자라고 기정사실화하는 건 사자(死者) 명예훼손(민주당 진성준 의원)이라거나, 고소인의 가짜 미투 의혹을 제기(더불어 윤준병 의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민주당이 서울 곳곳에 내건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박 시장 추모 현수막도 여성 유권자들에겐 곱게 보이지 않았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에 '조주빈 공범' 변호한 인물 선정여기에 더해 민주당이 지난 1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장성근 전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을 선정한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됐다.
장 전 회장은 'n번방' 조주빈의 공범을 변호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원직을 사임했다.
검증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한 실수라고 해도 앞선 성인지 감수성과 관련 사안들과 결부돼 비판 여론을 피하지 못했다.
장 변호사를 선정한 당 추천위원회의 백혜련 위원장은 이날 "상징성과 무게를 고려할 때 더욱더 세밀하게 살폈어야 했으나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오른쪽). (사진=자료사진)
◇지지층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민주당 탈당 인증' 잇따라민주당을 둘러싼 성인지 감수성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자 여성들 사이에서 '민주당은 여성 유권자를 홀대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선 '당 차원에서 해야할 최소한의 일은 진상파악, 유사 사례 재발방지 노력, 피해자 보호다', '박 시장 뜻을 이어가겠다는 민주당의 추모 현수막을 보곤 집권 여당이 이 나라 여자들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명확히 봤다. 앞으로 민주당을 지지할 일은 없을 것이다'와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와 함께 '#당신의_잘못이_절대_아닙니다', '#박원순_시장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란 해시태그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민주당 탈당 인증 사진도 잇따라 올라왔다. 한 누리꾼(트위터 아이디: son***)은 민주당 탈당 인증 사진을 올리며 "민주당 탈당함. 탈당 사유에 안희정 모친상에 이어 박원순 장례까지 피해자에 대한 어떤 배려도 없는 가해자 위주의 정당에 질렸다는 내용을 남겼다"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kit***)도 "민주당 탈당 신청서를 제출했다. 더 이상 여성을 동등한 국민으로 보지 않는 정당에 힘을 실어주고 싶지 않다"며 탈당 인증 사진을 게시했다.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영현이 13일 서울광장에서 영결식이 열릴 서울시청사로 봉송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악화된 여론에 민주당 "피해 호소 여성의 아픔 위로" 뒷북 대응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민주당은 뒤늦게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고위전략회의를 열고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당 차원의 공식 사과를 내놨다.
이해찬 대표는 "예기치 못한 일로 시정 공백이 생긴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강훈식 수석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다음날인 14일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피해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와 비방, 모욕과 위협이 있었던 것에 대해 강한 유감를 표한다. 더이상 이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서울시는 피해 호소 여성의 입장을 고려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위원회'를 꾸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