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헌법재판소에 진행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온 한덕수 국무총리가 비상계엄과 관련해 윤 대통령 측 입장에 반하는 답변을 주로 내놨다. 윤 대통령은 심판에 잠시 참석했지만 한 총리가 증언대에 서기 전 퇴정해 두 사람은 마주치지 않았다.
한 총리는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12·3 계엄 당일 국무회의의 실체와 국무위원들이 모인 배경 등에 답했다. 윤 대통령 측은 당일 국무회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총리에게 끌어내려 했지만 한 총리는 동의하지 않았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이 KBS를 통해 10시에 생방송을 통한 계엄 선포를 계획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당일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도 없다고 못박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계엄에 찬성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고 물었지만 한 총리는 "제 기억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확인했다. 한 총리는 당일 국무회의가 통상적인 국무회의와는 달랐고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는 기존 입장을 여러차례 반복해 말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위해) 나가기 전까지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계엄에 대해 논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은 맞지 않냐"며 "결과적으로 계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국무위원들을) 호출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걱정하고 우려한 것"이라며 "(논의를 위해 호출을 했다는 해석은) 판단을 개인이 하는 것은 맞지 않고 수사와 사법절차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비상상황에서 보안을 위한 국무회의는 평시와 다를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며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국회 측은 '반나절 후에 계엄이 해제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취지의 말을 윤 대통령에게 들은 적이 있냐며 이른바 '경고성 계엄' 주장에 대해 확인했다. 한 총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변론 시작 전 심판정에 들어와 착석했지만, 변호인과 논의 후 한 총리에 대한 증인신문이 시작되기 전에 자리를 떠 두 사람은 마주치지 않았다. 윤 변호사는 "일국의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심판정에 앉아 있는 것이 국가 위상에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재판부에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