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이 국가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대국민사과에 나섰지만, 정부는 국민적 양해 없이는 기회를 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영훈 고려대학교의료원장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로 아주 힘든 이 시기에 우리 의대생이 국가고시 문제로 인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깊이 송구하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이날 대국민사과에는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등이 자리했다.
인턴, 레지던트 등 종합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순차적 파업에 돌입한 지난 8월 21일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파업으로 인해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김영훈 원장은 "환자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인으로서, 선배로서 그동안 우리가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질책은 선배들에게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김 원장은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이 엄중한 시기에 2700명의 의사 배출이 안 되는 상황과 가장 활발하게 환자를 돌볼 의사들이 배출되지 못하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 힘든 현실"이라며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약 5년간의 파급효과와 우리 의료의 질 저하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너무나 크다"고 언급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등 주요대학병원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와 관련해 사과 성명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그러면서 "6년 이상 열심히 학업에 전념했고, 잘 준비한 우리 의대생들이 미래 의사로서 환자 곁을 지킬 수 있도록 한 번 기회를 허락해 달라"며 "이번에 국가고시가 정상화된다면 아마 이번 의대생들은 이전과 다른 국민들을 위하는 진정한 의사로 태어날 것을 믿는다"고 했다.
정부는 병원자들의 사과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민들의 양해 없이는 추가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지금 의료계에서 전반적으로 단체행동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말씀을 드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 국가시험 허용을 요청하고 계시지만, 아직까지 정부입장에서 기존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국민적인 양해나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확인할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여론조사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를 통한 논의 등을 예시로 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정부는 대학병원장들의 사과에도 이번 단체행동으로 야기된 국민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정책관은 "단체행동으로서 국가고시를 거부한 자체에 대한 걱정이나 우려도 있었지만, 국민의 생명을 다투는 필수 의료분야에서 진료를 거부한 상황에서 그것을 관리해야 할 병원이나 교수님들도 잘 챙기지 못해 국민들의 안전이나 생명에 위협을 느낀 상황이 발생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단체적 의사표시는 할 수 있지만, 의사는 의사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가 있고 이에 수반되는 의무가 있는데, 의무에 대한 이행 없이 단체행동이 이뤄진 점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