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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알못]'필리버스터'로 공수처 막을 수 있나요?

국회/정당

    [정알못]'필리버스터'로 공수처 막을 수 있나요?

    [쉽게 풀어쓴 뉴스] 무제한 토론
    항의 발언 반복하는 소수당 전략이지만
    민주당, 180석 수적 우위로 무력화 가능
    지난해 '패스트트랙' 때와 같은 장면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지난해 12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같은 기사를 또 쓰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듭니다. 왜일까요. 국회는 1년 만에 똑같은 공방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여야는 이번에도 검찰개혁의 상징이라는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즉 공수처 설치 문제를 두고 맞붙었습니다. 고성과 항의를 주고받다 '필리버스터' 카드까지 꺼내들었습니다.

    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이른바 '정알못'을 위한 쉬운 뉴스, 오늘은 필리버스터를 재조명합니다. 이 코너를 처음 연재하게 됐던 작년 기사를 현재 시점 업데이트 버전으로 전하게 됐네요.

    (관련 기사 : 19. 12. 22 CBS노컷뉴스 <요즘 국회="" 왜="" 싸울까…'정·알·못'을="" 위한="" 쉬운="" 뉴스="">)

    ◇ 野, '최후 수단' 필리버스터 공식화

    국민의힘은 8일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 전략을 쓰기로 공식화했습니다. 공수처 설치법 개정을 막기 위해 내건 최후 수단입니다.

    필리버스터(filibuster). 이름이 멋있죠. 스포츠카나 게임 아이템 같기도 하고…. '해적'이나 '무허가 용병단체' 같은 단어가 어원이 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보통은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로 번역이 되는데요. 토론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게 열어주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외국에서 하던 걸 지난 2012년에 우리 국회에 도입했습니다. 다수파에 '패스트트랙'을 주면서, 소수파 보호 취지로 필리버스터를 허용한 겁니다. 첫 사례는 민주당, 2016년 테러방지법 의결 때였습니다.

    지난 2016년 12월 1일 저녁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 중 흐느끼는 박영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럼 필리버스터는 어떻게 걸 수 있을까요. 국회법을 찾아봤습니다. 이렇게 나와 있더군요.

    "의원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시간제한을 받지 않는 토론을 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전체 국회의원이 300명이니까 그중 3분의 1, 즉 100명이 서명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103명이니 어렵지 않게 제출할 수 있을 겁니다.

    ◇ 멈출 수 없어서 기저귀 차기도

    이제 결전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민주당은 오늘(9일) 본회의에서, 공수처장 후보를 야당 추천 없이도 대통령에게 넘길 수 있게 하는 법을 처리할 계획입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 주자들은 본회의 시작 직후 단상 앞 토론에 나섭니다. 아, 사실 말이 토론이지 누구랑 대화하는 건 아니고, 담화 형식으로 항의성 발언을 이어갑니다.

    작년에는 미래통합당에서 '브레인'으로 꼽혔던 판사 출신 주호영 의원이 첫 주자로 나왔습니다. 맞아요. 지금의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번에 필리버스터 전략을 꺼내든 당사자입니다.

    일단 본인 순서가 시작되면 줄~창 말해야 합니다. 멈추면 끝납니다. 생리현상 탓에 쉬고 싶어도 의장이 승인해주지 못하면 못 가요. 때문에 작년에 모 의원은 기저귀까지 차고 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 관련 필리버스터 중인 지상욱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180석 동의면 24시간 뒤 종결

    이걸 무한대로 계속 이어갈 수 있냐, 그건 또 아닙니다.

    정해진 '회의 기간'이 끝나면 필리버스터도 같이 끝납니다. 정기국회 회기는 매년 12월 9일까지로 법에 적시돼 있거든요. 때문에 오늘도 밤 12시가 되면은 본회의장이 문을 닫을 거고, 필리버스터도 함께 종료됩니다.

    그러면 민주당은 내일인 10일, 다시 임시국회를 열어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할 방침입니다. 그리고 나서 준비해온 다른 개혁 법안을 하나씩 처리한다는 계획인데요.

    만약, 야당이 이때 또 필리버스터를 걸면 어떻게 될까요? 역시 막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좀 지체될 순 있겠지만요. 음, 다시 국회법을 볼까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를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다. 그때부터 24시간 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가결되면 의장은 종결 선포 후 해당 안건을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국회의원 180명이 동의만 하면 필리버스터 시작 하루 뒤 표결을 강행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은 지금 174명이지만 비슷한 성향, 이른바 '범여권' 지지를 받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이게 다 민주당이 압도적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필리버스터 하더라도 공수처는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건 이 때문입니다.

    뭐, 야당도 모르는 바는 아니겠죠. 하지만 이렇게 끝까지 시간을 끌면서 여론에 호소하겠다는 게 국민의힘 계산입니다. '공수처 통과되는 동안 도대체 뭐했느냐'는 지지층 불만도 적잖이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이런 복잡한 국회법 기사, 이제 그만 쓰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여야가 합의하고 절충하는 모습, 언제쯤 제대로 볼 수 있을까요.{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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