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기 전 윤호중 법사위원장과 면담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황진환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첫 심의기일인 10일 징계 여부 및 수위를 결론내리지 못한 채 종료됐다. 이런 가운데 징계위가 검사 몫 위원으로 참여했다가 자진 회피신청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직권으로 증인채택한 까닭에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는 전날 오후 8시쯤 윤 총장에 대한 첫 징계 심의를 마쳤다.
이날 징계위는 윤 총장의 징계사유에 대한 심의는 이뤄지지 못한 채 위원 기피와 증인 채택 여부 등 절차적인 사안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본격적인 심의는 추가기일로 지정한 오는 15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징계위는 윤 총장 측 특별변호인이 요구한 징계위원 기피신청 및 기일변경 등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계를 청구한 추미애 장관이 규정상 심의에서 배제된 만큼 기일지정 등도 위원장 직무 대행이 다시 고지해야한다고도 주장했지만 징계위는 심의 기일 전 절차에는 장관이 관여할 수 있다며 기각했다. 이밖에 심의과정 전 과정 녹음 등 요구도 거절했다.
사실상 윤 총장 측 주장을 대부분 기각한 것으로 이는 징계위가 각종 절차적 논란에도 추 장관의 의중대로 향후 윤 총장에 대한 해임 등 중징계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징계위원들 면면 또한, 윤 총장과 대척점에 있거나 추 장관과 밀접한 관계인 인사들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다만 윤 총장 측이 무더기로 신청한 증인 대부분이 받아들여진 점은 심의의 유일한 변수로 꼽힌다. 윤 총장은 앞서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박영진 울산지검 형사2부장검사(前 대검 형사1과장) △류혁 법무부 감찰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를 증인 채택했다.
징계위는 이중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검사 1명을 제외한 7명을 증인채택했다. 이 중 손 담당관, 박 부장검사, 류 감찰관 그리고 이 검사는 윤 총장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인물들이다. 손 담당관과 박 부장검사는 이날 이미 증인채택에 대비해 법무부에 출석하기도 했다.
추매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겉으로는 징계위가 윤 총장 측의 증인신청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 모양새다. 하지만 직권으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함께 증인으로 채택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심 국장은 추 장관의 부임 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거쳐 법무부 검찰국장이 됐다. 그는 아울러 윤 총장의 직무배제 근거가 된 '판사 사찰 의혹'의 단초가 된 재판부 문건를 제공한 당사자로도 의심받고 있다.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 이후 대부분의 검사들이 추 장관에게 등을 돌린 상황 속에도 몇 안 되는 추 장관 측에 선 인사이기도 하다.
이런 심 국장을 증인으로 내세우면서 징계위가 윤 총장 측에게 유리한 증언들을 반박하고 심 국장의 논리를 징계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절차 정리 과정만으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강행 의사가 어느정도 정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징계위는 예정대로면 오는 15일에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여부 및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까지 신청한 증인만 8명에 달하고, 다뤄질 징계 사유도 적지 않아 실제 의결까지 또 한차례 기일이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총장은 징계가 결정되더라도 이에 승복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 측은 앞서 이같은 방식으로 징계가 의결돼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만큼 만약 징계위에서 해임 등 중징계로 결정나더라도 윤 총장 측은 직무정지 때에 이어 다시 한번 법적소송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