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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노마스크 자축' 연말시상식 방역 민폐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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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기]'노마스크 자축' 연말시상식 방역 민폐 어쩌나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방역강화에도 시상식 그대로 강행
    말뿐인 방역 수칙 준수…'노마스크'에 마이크 공유까지
    감염내과 전문의 "대규모 유행 발생할 수도…모범 보여야"

    '2020 SBS 연예대상' 수상자들의 소감 모습. (사진=SBS 제공)

     

    코로나19 감염이 폭발하면서 방송 3사 연말 시상식도 성대한 자축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게 됐다.

    5명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는 등 정부가 연말연시 방역강화 특별대책에 나선 상황. 설상가상 코로나19 확산세는 갈수록 악화돼 24일 기준 일일 확진자 1200명을 돌파해 최다 발생 수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공적 책무를 지닌 지상파 방송 3사가 오프라인 시상식으로 축포를 터뜨리는 분위기에 따가운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지상파 3사인 KBS·MBC·SBS는 코로나19에도 연말 시상식을 정상 진행 중이다. KBS와 SBS는 각기 가요제와 연예대상을 마쳐 연기대상만 남았고, MBC는 29~31일까지 연달아 시상식을 개최한다.

    앞서 각 방송사들은 공통적으로 '무관중'은 기본이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준하게 정부 방역수칙을 지켜 시상식을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확진자 발생을 대비해 최대한 다수가 겹치지 않게 동선을 짜거나 투명가림막 설치, 좌석배치 2m 거리두기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진행된 일부 시상식에서는 이조차 제대로 준수되지 않았다.

    '2020 SBS 연예대상'(이하 'SBS 연예대상')은 그야말로 총체적 '방역 난국'이었다. 테이블 간 투명가림막을 설치했지만 각 테이블에서는 거리두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출연자들은 단지 마스크만 착용한 채 평소와 다름없이 모여 앉았다. 시상자와 수상자는 모두 마스크 미착용 상태에서 마이크를 공동 사용했다. 단체 수상에서는 수상자 전체가 마스크를 벗은 채 빽빽하게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발표하기도 했다.

    '2020 KBS 연예대상'(이하 'KBS 연예대상')은 SBS보다는 '보수적인' 모양새였다. MC와 시상자, 축하 공연자들과 대상 후보자 등만 시상식에 참석해 시상자 간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수상자 개별 마이크 지급 등을 지켰다. 그러나 대상 후보자들은 다같이 무대에 올라 마스크를 벗은 채 수상 결과를 기다렸다. 이들 사이엔 비말 감염을 막기엔 역부족인 투명가림막만이 설치됐다. 대상 소감 역시 마스크 없이 이뤄져 아쉬움을 낳았다.

    각 방송사 방역 지침과 별개로 코로나19 시국에 시상식을 강행한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관련 시민단체는 이 같은 방송 3사의 연말 시상식을 '내로남불' 처사라며 정면 조준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2일 논평을 내고 "연일 방역비상을 강조하고 있는 방송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방역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노마스크' 방송을 지속하며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더니 지상파 방송 3사는 다수 연예인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벌이는 연말 시상식을 강행하고 나섰다"고 일침했다.

    (사진=방송 캡처)

     

    폐쇄된 공간에 다수가 참석하는 시상식 현장 자체가 감염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카메라에 비치는 모습 외에도 연예인 한 명에 수많은 스태프들이 대동할뿐 아니라 상패 등을 매개로 감염되는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아슬아슬한 상황이 닥친 적도 있다. '2020 KBS 가요대축제'(이하 'KBS 가요대축제') 개최 전날인 17일 그룹 골든차일드 멤버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그룹과 같은 미용실에 다니는 아이돌 그룹들이 전부 검사를 받았다. 이 여파로 당일 예정됐던 주요 그룹들의 'KBS 가요대축제' 사전 녹화가 줄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민언련은 "감염병 확산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폐쇄된 공간에서 많은 연예인이 참석하는 시상식과 가요제는 밀접접촉이 불가피하다. 다수 인물이 단시간에 같은 공간을 지나가는 레드카펫 행사, 상을 주고받는 행위 등도 감염병 확산에 취약한 구조다. 그런데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하고 있다’는 말 한마디로 무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 유명 해외 시상식들은 코로나19에 일정을 연기하거나 온라인 개최를 선택했다. 당초 12월 개최 예정이었던 '제40회 청룡영화상'도 시상식을 내년(2021년)으로 넘겼다. 그런데 왜 이들 방송사는 다소 '무리수'를 두더라도 연말 시상식 정상 개최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일까. 해당 시상식들에 걸린 광고 특수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민언련이 소개한 SBS 자회사 SBS M&C가 발행한 'CRE@M' 12월호에 따르면 'SBS 연예대상' 1부는 광고단가가 1350만원, 2부는 1500만원이다. '2020 SBS 연기대상' 역시 이와 동일하다. 3부까지 진행되는 '2020 SBS 가요대전 in DAEGU'은 각 부마다 광고단가 1500만원, PCM(유사 중간광고) 단가는 1800만원에 달한다. 올해 코로나19로 어려웠던 방송사에게 연말 시상식은 중대한 광고 수익 이벤트였을 것으로 보인다.

    논평에서 보듯이 방송사 프로그램 제작은 영업활동으로 규정돼 마스크 착용, 집합금지 등에서 자유롭다. 방송 제작 과정에서 집합금지에 따른 인원제한은 스태프와 출연자를 제외한 방청객에만 해당된다.

    그러나 현재처럼 일촉즉발 상황에서는 방송사들이 마스크 필수 착용 등 보다 자발적으로 방역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오프라인 시상식에서 감염을 원천 차단하려면 더 엄격한 수준의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 혹시 모를 단 1%의 감염 가능성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은 "코로나19는 예외 없이 밀집된 폐쇄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을 때 대규모 유행이 발생한다. 문제는 메이크업 등 시상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예인들이 마스크를 쓰기 어렵고, 소감 발표할 때는 쓰지 않더라"고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마스크는 필수고, 각각의 사람들이 1m 이상 거리를 두고 그 사이에도 아크릴판 등 가림막은 있어야 한다. 수상자 발표하고, 소감 말하고, 환호하는 과정에서 비말이 많이 튀는데 공용 사용물건이 특히 위험하다. 이런 경우는 확진자 한 명이라도 있으면 삽시간에 대규모 확산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무증상 감염자들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 중이라 언제 어디서든 감염돼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다.

    신 위원장은 "지금은 무증상 감염자들이 확산 중심이다. 그러니 현재 증상이 없다 해도 걸려 있을 수 있고, 내가 확진자가 아니라고 장담도 못한다. 나와 접촉하는 모든 사람이 확진자라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대하지 않으면 걸릴 수 있다. 사회적 영향력 있는 연예인, 그리고 방송사들이 방역에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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