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년 12월에만 1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하고 3명이 과로로 쓰러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벌택배사들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서민선 기자
지난해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로 숨지면서 택배회사 측이 대책으로 내놓았던 '분류인원 투입' 등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분류 작업에 대한 내용을 법에 명시하는 대신 표준계약서에 포함하기로 사전 합의가 있었지만, 사측에서 뒤늦게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반면 택배회사 측은 이에 대해 "사실 왜곡, 억지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년 12월에만 1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하고 3명이 과로로 쓰러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벌택배사들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7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출범했다. 택배 산업을 규정하고 노동자를 보호할 법안인 '생활물류서비스법'(생활물류법)이 국회에 발의돼 논의중이지만, 법으로는 규정하기 어려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책위에 따르면 1차 회의에서 택배 '분류작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고, 이는 택배노동자가 아닌 '택배회사가 해야 할 업무'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분류작업은 택배노동자에게 '공짜 노동'을 강요하지만 전체 근로시간의 40~50% 가까이 차지하면서 과로사의 핵심 원인으로 꼽혀왔다.
그런데 택배사를 대표해 참석한 통합물류협회가 2차 회의에서 1차 때 합의한 분류작업 합의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고 한다. 대책위는 "분류작업이라는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분류작업이 택배사의 업무가 아니라는 철 지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들은 생활물류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택배사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박석운 공동대표는 "국토교통위 법안소위에서 분류작업에 대한 명시가 안 된채로 생활물류법이 통과되자마자 택배사들의 태도가 표변했다"며 "국민 앞에서 한 약속도 완전히 뒤집어 엎어서 판을 깨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책위 진경호 집행위원장 또한 "(논의 중인) 생활물류법에는 분류작업을 명확히 하는 내용들이 빠져 있다. 정부와 대책위 등이 사전에 '생활물류법에선 빼더라도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된 내용을 표준계약서에 반드시 넣겠다'는 사전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택배사들이 합의내용을 파기하고 있고, 국토부는 이런 것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는 12일에 3차 합의가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도 정부가 어정쩡한 절충을 시도하고, (과로사 방지를 위한) 핵심 내용이 빠져 있는채로 진행된다면 13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조합의 향후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지난해 과로사 문제가 불거진 직후 택배사가 내놓았던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CJ대한통운이 2259명의 분류인력을 투입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중 700명은 과로사 대책 이전부터 '2회전 배송'을 위해 투입해 오던 인력들"이라며 "심지어 이들의 비용을 택배기사들이 전액 부담하고 있다. CJ는 마치 자신들이 돈을 들여 새롭게 인력 채용해서 분류인력을 투입한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진택배와 롯데택배는 1천 명의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한다고 발표했으나 사실상 지금까지 전혀 투입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심야배송 중단'을 약속한 한진택배에서는 최근 노동자 김모씨가 새벽까지 배송을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지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책위가 공개한 김씨의 휴대전화에는 새벽 4시 51분, 5시 18분, 6시 등에 '택배 배송을 완료하고 간다'고 고객들에게 남긴 문자메시지 내역이 남아 있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 진경호 집행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새벽까지 배송하다가 최근 쓰러진 노동자 김모씨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
진 위원장은 "이분이 실제로 배달한 것을 쭉 보게 되면 아마도 다 밤 10시 이전에 완료된 것으로 회사측에는 나타날 것이다. 일단 다 10시까지 '완료' 스캔을 찍고, 다시 고객들에게 실제 배달하는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고, 택배사가 발표했던 대책들이 다 기만적이었다는 것을 너무나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이미 작년 12월 택배물량이 그 전년도에 비해 50%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여파가 과로사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 설 명절까지 다가오면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 자명한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마련은 재벌택배사의 합의파기와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책위 주장에 대해 택배사 측은 "사실관계 왜곡과 억지 주장에 깊은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CJ대한통운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책위가 주장하는 2회전 배송을 위한 인력 투입은 전체 인원의 55.3%였다. 11월 이후 이들에게 지급된 비용은 회사와 집배점 협의에 따라 추후 정산이 이뤄졌다"며 "대책위가 이들을 '2회전 배송 위한 인력'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도 현장 상황을 왜곡하는 사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책위가 자신들의 주장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정상적인 종사자 보호대책 이행에 대해서도 악의적으로 낙인을 찍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는 택배기사 및 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진행 경과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통합물류협회 또한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회의 합의파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당일 사회적 합의기구에서는 분류에 대해 '법률적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을 뿐"이라며 "대책위가 주장하는 '합의'는 없었고, '합의 파기' 주장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책위가 '한국통합물류협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작년 12월 전년대비 50%가 넘게 폭증한 상황'이라는 내용은 실제 수치와 차이가 크다"며 "택배기사 인원 증가 등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택배물량 증감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현상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