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연합뉴스
수사 기밀을 유출해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판사들에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 중 처음으로 나온 항소심 결론이다.
서울고법 형사8부(이균용 이승철 이병희 부장판사)는 29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정운호 수사를 저지하려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영장전담 판사로 영장 처리 보고의 일환으로 실무적으로 신광렬 부장판사에게 보고한 것으로 공모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며 이를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도 따라서 무죄라는 판단이다.
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수석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6년 4월 '정운호 게이트'가 터지자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검찰 수사 확대를 무마하려 영장내용을 유출하고 이를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영장전담 부장판사였던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는 이러한 영장 내용을 보고함으로 신 부장판사와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신광렬 부장판사. 이한형 기자
항소심에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신 부장판사가 이같은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내용이 수사기밀에 해당하는지, 해당한다면 유출(누설)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이들이 유출한 내용이 수사 기밀이라고 보고 신 부장판사에게는 징역 2년,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신 부장판사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 보고한 내용 중 일부는 허용 범위를 넘어섰다"면서도 "일반인에게 유포하거나 재판을 제한하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