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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싱크탱크에 "공부 좀 하시라"…北연구자들 면박 왜?

미국/중남미

    美싱크탱크에 "공부 좀 하시라"…北연구자들 면박 왜?

    빅터 차, '北경제난→핵통제상실' 가능성 제기
    통일硏, 세종硏 실명반박 "北 실상 너무 몰라"

    지난달 16일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된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북핵 때문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 워싱턴 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빅터 차의 주장은 현실보다는 허구에 가깝다."

    미국에서 북한 관련 연구자로는 유명한 한국계 빅터 차(61) CSIS 한국석좌의 최근 북한 관련 주장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16일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된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북핵 때문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그는 칼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새로운 형태의 북한관련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경제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며, 국내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군사적 도발을 하게 되거나, 핵무기 통제권을 잃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대한 조언을 잘 들어야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 같은 차 석좌의 주장을 비판하는 글을 김상기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1일 미국북한전문지 '38노스'에 실었다.

    두 사람은 차 석좌의 연구가 최근 북한 실상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 석좌의 주장을 비판하는 김상기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의 글. 38노스 홈페이지 캡처

     

    북한 실상에 대한 부정확하고 왜곡된 묘사 자체가 북한문제에 위험성을 초래한다며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군사행동 같은 잘못된 정책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가장 먼저 짚은 지점은 북한 경제가 국경봉쇄로 1~2년을 버티기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전제다.

    두 연구원은 북한 경제 붕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차 석좌의 분석에 오류가 있다고 말한다.

    차 석좌는 지금의 북한을 1990년대 대기근 때와 비교하지만, 지금의 북한은 강력한 제재와 국경봉쇄에도 불구하고 굶주림이 과거보다 오히려 완화됐을 정도로 경제의 체질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2018년 군사우선 전략에서 경제우선 전략으로 선회해 경제 제재의 파고를 넘기고 있다며 북한이 경제 제재로 번영은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현상유지를 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게 이들의 반박이다.

    이들은 북한 경제 체질 개선의 사례로 기업의 이윤추구제도와 농업 장려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두 연구원은 북한이 코로나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타격 받을 것이라는 차 석좌의 추측도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이미 중국으로부터 상당수의 백신물량을 확보했으며 무역 종사자들 우선으로 접종을 하게 될 것이므로 경제 활동도 재개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북한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반시장적 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차 석좌의 관측에 대해서도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 정책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정은 시대들어 시장이 국가 경제 구조의 일부가 됐다며 북한 정부는 시장 활동을 억누르는 정책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차 석좌가 최근 북한의 8차 당대회 때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을 가지고 북한이 비핵화 협상 의지가 없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주장한 부분 역시 비판을 비켜가지 못했다.

    노동당 제8차 대회서 발언하는 김정은. 연합뉴스

     

    두 연구원은 이 같은 주장이 당대회에서 실제 일어난 것에 대해 분석 또는 관측한 것이 아닌 선험적 가정에 기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쉽게 말해 차 석좌가 이번 당대회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이야기했다는 뜻이다.

    그들은 이번 당대회 때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비핵화 협상 의사가 없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전략무기 개발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늘 조건부였으므로 이번 당대회만 보고 비핵화 협상의지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이들은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다르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 권력 교체기마다 반복돼 왔던 대미 엄포나 도발이 아직 나오지 않은 점, 이번 당대회 열병식 때 그 흔한 ICBM을 선보이지 않은 점은 오히려 북한이 바이든 정부와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이들이 글 모두에서 '북한 실상에 대한 부정확하고 왜곡된 묘사 자체가 북한문제에 위험성을 초래한다'고 우려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을 두고 한 말로 보인다.

    이들은 끝으로 북한 붕괴론은 미국 대외정책의 신화처럼 굳어져있지만 오류라며 오류에 기초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번 두 연구원의 이례적인 실명 비판은 북한 문제에 관련해 미국의 이른바 '싱크탱크'의 존재 이유에 대해 국제사회에 화두를 던지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미국 '싱크탱크'의 일부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진부한 지식과 왜곡, 몰이해를 바탕으로 미국 언론과 대중에게 북한에 대한 편견과 허상을 주입시킴으로써 북한문제에 해결에 필요한 '싱크'(think)를 제공하기 보다는 장애물을 조장하는 '탱크'(tank)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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