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종민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심리해온 재판부 구성원이 모두 바뀐다. 반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그대로 유지돼 사법농단 재판별로 속도를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3일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정기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 소속 박남천 부장판사와 심판 판사 이원식 판사를 모두 다른 법원으로 발령했다. 박 부장판사와 심 판사는 서울동부지법으로, 이 판사는 전주지법 남원지원으로 옮긴다.
형사35부는 2018년 사법농단 사건 기소를 앞두고 신설된 형사합의부다. 박 부장판사와 심·이 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이 배당된 2019년 2월부터 해당 사건을 맡아왔다.
이한형 기자
이들 모두 2018년 혹은 2019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2~3년간 근무한 만큼 통상적으로는 전보 대상자에 포함된다. 다만 사법농단 재판은 기록이 방대하고 법정에 부른 증인만 수십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미 1심 재판만 2년째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신속한 마무리를 위해 유임이 예상됐지만, 뜻밖의 전원 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형사합의부 구성원 3명이 한 번에 바뀐 것도 이례적으로 꼽힌다. 이번 인사에서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중 전보 조치로 구성원 전원이 교체되는 곳은 형사35부가 유일하다.
지난해 2월 정기인사에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을 심리하던 재판부 구성원이 모두 이동한 전례가 있지만, 부장판사로만 구성된 대등재판부로 편제를 바꾸는 차원이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전보와 관련해 근무기간을 얼만큼 채워야 한다는 등의 규칙은 따로 없다"며 "인사대상자의 희망이나 중요 사건 진행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인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에서 더 오래 근무 중인 임종헌 차장 사건 재판부(형사36부)는 구성원 3명이 모두 그대로 남았다. 윤종섭 부장판사는 2016년부터, 주심인 송인석 판사는 2017년 임관 후 계속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 중이다. 김용신 판사도 2018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해 3년을 넘기게 됐다.
당초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은 이르면 올 상반기 중 결심공판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반면 임 전 차장 사건은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약 9개월간 재판이 멈춘 데다 사건별 증인신문도 따로 진행하고 있어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