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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장애학생 학대한 연세재활학교 교사…檢 700만원 구형

사건/사고

    [단독]장애학생 학대한 연세재활학교 교사…檢 700만원 구형

    뇌병변장애 학생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
    검찰, 벌금 700만원 재판부에 요청…9일 선고
    추가 학대 정황, 고소했으나 '불기소'…장애인 진술권 '한계'

    연세재활학교. 학교 홈페이지 캡처

     

    연세재활학교 교사가 뇌병변 장애 학생을 화장실에 40여분 동안 가두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오는 9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피해 학생 측은 해당 교사가 자신의 눈 부위를 때리고 '원형 통'에 가두는 등 학대가 더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 수사기관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피해 학생 측은 진술의 어려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증거로도 채택되지 않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피해자의 진술권'이 제대로 보장됐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제기하고 있다.

    ◇연세재활학교 교사, 뇌병변장애 학생 학대 혐의 재판行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서부지검은 뇌병변 장애 1급 학생에게 벽을 보게 하고 위협적인 발언을 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로 연세재활학교 교사 A씨를 지난해 10월 27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장애 학생인 B양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고 봤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 9월 19일 교실에서 B양이 소리치며 울어 진정시키고자 했으나 잘되지 않자 화가 나 B양을 교실 뒤편에 있는 화장실로 데리고 가 화장실 벽을 보게 하고 40여분 동안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B양은 중증 장애인으로, 스스로 몸을 돌리거나 움직일 수 없다. A씨는 그런 B양에게 "계속 그러면 여기 앉아서 다음 시간에도 아무것도 안 하고 벽 보고 있어. 오전 내내. 3교시까지 3시간 내내 벽 보고 있어. 벌이야", "앞으로 선생님 시간에 울고 이러면 너는 선생님 시간에 계속 벽 보고 있을 거야, 혼자서. 니 옆에는 아무도 안 보내. 침을 흘리든 뭘 하든 마음대로 해. 화장실도 안 갈 거야. 오줌을 싸든 말든 니 마음대로 해", "가만 안 둬. 선생님 농담하는 거 못할 것 같지? 너 힘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되게 많아"라고 말한 혐의를 받는다.

    혐의가 인정된 배경은 A씨의 폭언이 담긴 '녹취록'이 결정적이었다. 교실 내 CC(폐쇄회로)TV는 없었고, 검찰 조사를 받은 당시 특수교육 실무사, 사회복무요원 등도 그날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명확히 진술한 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 측이 사건 당일의 상황이 담긴 녹취록을 추가로 제출했으나, 검찰은 2019년 12월경 전문가의 감정이 필요하다며 기소중지 처분을 했다. 음성 분석 결과는 '유사한 특징이 다수 관찰되나 동일인 여부는 판단 불가'라는 취지였다.

    'A씨가 B양을 혼자 화장실에 둔 것이 맞고 녹취록에 등장하는 목소리는 A씨가 맞다'는 참고인 등의 진술이 있었고, 그 뒤 재판에 넘겨진 A씨도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B양을 화장실에 두고 다른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수업을 진행하느라 그 정도로 (화장실에 둔)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실무사가 B양 옆에 계속 있었다"며 "그날따라 B양이 심하게 울어서 같은 교실 공간 내 분리하는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서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현행법상 장애인을 정서적으로 학대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피해 학생 측은 구형량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법원의 판단을 주목하고 있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9일 열릴 예정이다.

    연세재활학교 측은 "선고 결과를 지켜본 뒤 징계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교원의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추가 학대 있었다?…장애인 피해자의 진술권 '한계'

    A씨가 재판에 넘겨진 혐의 말고도 다른 학대를 더 했다는 의혹도 있다. 피해 학생 측은 A씨가 과거에 자신을 '원형 통'에 가둔 적이 있으며, 화장실 안에 방치하는 일이 더 있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에게 정서적 학대 혐의만 있다고 보고 다른 혐의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참고인인 C양의 진술에서 범행 시기가 명시되지 않은 점, A씨가 2018년 9월 사건 이외에 다른 사건들에 대해선 부인하는 점 등을 불기소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검찰은 "피해자의 모습과 피해자가 들어갔다고 하는 원형 통의 모양을 보면 피해자가 원형 통에 들어가기에는 용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B양의 부모는 2018년 3월 견학에 다녀온 B양의 눈 주위에 멍이 든 이유가 A씨의 폭행에서 비롯됐다는 제보 등을 바탕으로 2019년 2월 서울 서대문서에 A씨를 추가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의 피해자 소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 학생 측은 "경찰이 뇌병변장애인의 진술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로 소환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AC(보완대체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조사를 통해 진술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경찰청에 의견을 냈다.

    AAC는 말이나 글을 사용해 언어를 표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경우 상징이나 보조도구를 이용해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B양은 AAC 교육을 수년 동안 받아왔다.

    경찰청에 의견을 낸 후 비로소 B양에게 경찰 조사 기회가 주어졌다. 2019년 6월 경찰 조사에서 B양은 '안구 마우스' 방식의 '아이 트래커(eye tracker)'를 이용해 피해자 진술을 했다.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진술 조서에 따르면, 경찰관이 '지난해 견학 당시 어디를 다쳤냐'고 질문하자 B양은 '눈'을 선택했고, '왜 다쳤냐'고 묻자 '주먹으로', '맞았어요', '손바닥'을 선택했다. ' 누가 그랬나요'라는 질문에는 '담임선생님'을 선택했다. '교실에서는 누가 때렸는지' 묻자, B양은 '담임선생님'을 꼽았다. '어떻게 때렸느냐'는 질문에는 ''손바닥으로' 1회 선택하다', ''주먹으로'를 2회 선택하다'라고 답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B양의 진술로도 혐의를 입증하긴 역부족이었다. 당시 경찰 조사에 동석한 AAC 전문가 등은 수사기관이 B양의 진술에 사실상 증거 가치를 두지 않았다고 봤다.

    경찰은 수사 의견서에서 "가해자·피해 장소·피해 부위·폭행 방법 등에 대한 반복 질문에 일관된 대답을 하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추상적이나마 혐의사실을 구성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진술을 범죄사실의 입증을 위한 증거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견학 당시 A씨의 폭행이 있었다는 의혹은 최종 불기소 처분됐다.

    경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이 당시 수사를 지휘했다"고 말했다. 서부지검에도 전담 검사가 있으나, 당시 이 사건을 맡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처리의 신속성 등을 위해 전담검사가 아닌 다른 검사가 사건을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피해 학생 측은 '학대가 명확하다'며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했고 기각되자 지난 1일 재정신청을 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피해자의 진술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진술을 좀 더 심도 있게 다루는 수사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당시 경찰 조사에 동석했던 김경양 서울시 장애인 의사소통 권리증진센터장은 "B양이 (학교에서 겪은) 상황 때문에 매우 힘들어했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건 확실하다"며 "피해자가 편한 장소가 아닌, 경찰서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아 B양이 위축된 상태에서 진술했다. 원래 쓰던 기기도 아니었다. 기기가 피해 학생의 진술을 받아내기에 제한성도 있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말로 진술해야만 (조서 내용으로) 확보되고 증거로 채택되다 보니, 구어 진술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은 (피해를 봐도) '증거 불충분'으로 다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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