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고(故) 백기완 선생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방문한 것은 지난 2019년 12월 고 김복동 할머니 이후 2년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고인께서)이제는 후배들한테 맡기고 훨훨 그렇게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문 대통령에 남긴 '하얀 손수건'과 책을 전달했다. 백 선생은 통일이 돼 열차가 연결되면 이 하얀 손수건을 들고 자신의 고향인 황해도에 가고 싶어했다고 한다.
고인의 딸인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는 "황해도가 고향이시니까, 하얀 손수건을 쥐고 꼭 가고 싶다고 이걸(손수건을) 전달해 드리라고 하셨다"며 "(책은) 마지막에 쓰신 책이라서, 이것은 아버님의 모든 사상이 여기에 담겨 있기 때문에 (드린다)"고 선물을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 유족으로부터 고인의 저서를 건네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자신에게 고인이 생전 남긴 영상메시지를 유족들과 시청하기도 했다.
지난해 초 입원 직후 남긴 영상 메시지에서 백 선생은 문 대통령에게 "다가서는 태도, 방법 이런 것 다 환영하고 싶습니다. 생각대로 잘되시길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한마디 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 가기 위한 노력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역사에 주체적인 줄기였다.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 운동의 그 맥락 위에 섰다는 깨우침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말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김진숙 힘내라'였다"며 "코로나 이 상황에서 가장 힘없고 길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이 내몰리는 현실에 너무 가슴아파하셨다. 각별히 선생님께서 마지막 뜻이기도 하시니까 오셨으니까 말씀드린다. 각별히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끄덕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세월호 분들 아버님이 가장 가슴아파하셨는데, 구조 실패에 대한 해경 지도부의 구조 책임이 1심에서 무죄가 되고 많이 안타까워하셨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다 하고 있는데,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규명이 속시원하게 아직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답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직접 조문한 건 세 차례다. 2018년 1월 밀양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았고, 2019년 1월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 조문했다. 그해 12월엔 소방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항공대원 5명의 영결식에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