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범계 현 장관. 이한형·윤창원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퇴하자, 그와 임기가 겹쳤던 전현직 법무부 장관들의 비판과 유감 표명도 이어졌다.
조국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하는 법'이라는 마태오 복음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며 비판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오만을 버려야 한다"고 일침했고, 박범계 현 장관은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5일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보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집요한 표적수사로 보수야권 대권후보로 부각된 후, 대선 1년을 앞두고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국민 보호'를 선언하며 사직을 한 검찰총장"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하는 법"이라는 마태오 복음서 내용을 인용해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당일 '나만이 정의롭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형사는 형사다워야 하고, 검사는 검사다워야 한다. 그것이 수사·기소 분리의 참 뜻"이라며 "검사라 하더라도 수사주체가 되면 '나만이 정의롭다'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고, 범죄와 직접 상대함으로써 객관성을 상실하기 쉽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은 수사청이 설치되면 마치 검사의 모든 수사권한이 사라지고 부패가 판을 칠거라는 '부패완판'이라는 신조어까지 써가며 국민을 겁박했다"며 "단언컨대 수사·기소의 분리로 수사역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수사의 전문성과 수사권 남용 방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 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사의를 표명 하기 위해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추 전 장관은 또 "검찰의 수장으로서 일선 검사들을 검란으로 이끌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국민의 권리보호를 위해 미래의 바람직한 검사상이 무엇인지 지도하고 소통해야 할 공직자로서의 마땅한 책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중수청 설치를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와 달리 박 장관은 윤 전 총장의 사퇴와 관련해 "임기를 지켜줬으면 좋았겠는데 불과 4개월 남겨두고 사퇴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유감을 표했다.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설에 대해선 "제가 답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차기 총장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장관은 "윤 총장의 사퇴로 검찰이 크게 동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운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업무에 공백이 없도록 매진해달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4일 대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한 시간 만에 사의를 수용한 데 이어, 5일 오전 사표를 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