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수사를 두고 검경 사이 미묘한 긴장감이 감지된다. 정부는 검경 수사협의체를 꾸리고 긴밀한 협의를 통해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수사권 조정 초기인 검경이 제대로된 공조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LH 의혹은 공기업 직원의 부동산 투기 사건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 해당하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가 아니다. 경찰이 전체적인 수사를 책임지고, 검찰은 영장 청구나 법리적용 검토 등 제한적인 역할만 수행할 수 있다.
그렇다고 검찰의 개입 여지가 완전하게 막힌 것은 아니다. LH 사건이 검경 수사준칙(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시행령에 나오는 '중요사건'으로 분류된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 제7조(중요사건 협력절차)를 보면 검찰은 중요사건일 경우 사건 송치 전에 수사할 사항과 증거수집 대상, 법령 적용 등에 관해 경찰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검경 수사협의체도 이 규정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엘에이치(LH)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 박종민 기자
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협력방안에 따르면 수사의 키는 경찰이 잡는다.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꾸려진다. 검찰은 특수본에 직접 파견을 하지 않고, 외곽에서 '대검-국수본' 협의체를 따로 꾸린다.
아울러 국수본 수사국과 대검 형사부, 시도경찰청과 지방검찰청, 수사팀과 관할지청 등 각급별 전담 협의체도 따로 꾸리기로 했다. 수사 진행상황과 주요 쟁점 등 관련 정보를 수시로 공유해 수사 미비점을 최소화하도록 협력한다는 취지다.
수사 준칙에 따른 '수사기관협의회(대검 차장-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또한 조속히 구성하기로 했다.
LH 사건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하지 않는' 검찰이 경찰과 긴밀히 협의하는 첫 시범 케이스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LH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이한형 기자
전문가들은 지난 수년간 수사권 조정 국면을 겪은 검경이 처음부터 한몸처럼 공조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았다.
서초동의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로부터 독립한 경찰이 수사진행 과정을 시시각각 검찰과 교류하며 지휘요청을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형식적으로 의견 조율을 거치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대로 검찰이 먼저 경찰에 '도와줄 것 없나'라며 협조 요청할 가능성도 적다. 실효적인 협의체 운영이 되기 어려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는 사건에 대해 예전 수사지휘처럼 '콩내놔라 팥내놔라'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재경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면서 민감한 수사정보를 검찰에 바로 공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영장 청구 단계에서 기록을 보내는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 주체 문제가 쟁점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LH 사건 수사를 검찰이 맡아야한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 법리상 어려운 쟁점이나 신종 범죄도 아니라 경찰 역량으로 충분히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검경이 어떤 호흡을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이 대대적인 공조 수사를 벌이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