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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이제 탄력 받았는데…'LH 특검' 갑자기?

사건/사고

    경찰 수사 이제 탄력 받았는데…'LH 특검' 갑자기?

    정치권 LH 특검 논의 급물살
    경찰 "수사 그대로"…내부에선 '황당', '착잡' 등 반응
    특검 도입까지 아직 '첩첩산중'…재보궐 선거도 변수
    특수본, 압수물 분석 속도…신고센터 171건 제보 접수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LH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이한형 기자

     

    LH 임직원으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정치권에서 특검 도입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제 막 수사에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경찰은 당황스런 입장에 놓였다.

    대외적으론 특검 도입과 관계 없이 맡고 있는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허탈하다', 황당하다' 등의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여야의 특검 논의와 관련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특검 논의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제안했고 민주당이 수용해 야당에 제시했다. 이후 이날 야당이 특검 요구에 호응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특수본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검은 정치권의 논의로 우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며 "우리는 맡은 수사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수본 내부에서는 '당황스럽다' 등의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770명 규모의 매머드급 특수본이 출범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난데 없는 특검 논의가 불쑥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와 관련한 제보를 받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 경찰 신고센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총리 지시로 경찰 중심으로 특수본을 꾸린 지 얼마나 됐다고 특검이 제기되는 상황이 황당하다"며 "기껏 다 수사해서 특검에 넘겨야 하는 상황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는 올해부터 출범한 국가수사본부가 맡은 최대 수사이자, 경찰 조직의 신뢰성과 실력을 입증할 중요한 변곡점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직접수사가 제한된 검찰은 이번 투기 의혹 수사에 '협력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주인공은 역시 경찰이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개혁 이후 맡은 첫 대형 사건인만큼 모두가 눈 코 뜰새 없이 일에 몰두하고 있다"며 "한창 수사가 탄력 받고 있는데, 착찹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다만 특검 도입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여야의 기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논의가 급물살을 타더라도 특검 구성부터 수사 범위까지 정해야 할 사안들이 아직 산더미라는 관측이다.

    특검법은 국회에서 발의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합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법안에는 수사범위, 수사대상, 수사기간 등이 담긴다. 대통령은 국회에 설치된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한다.

    추천위는 법무부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한 4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대통령의 의뢰를 받은 날부터 5일 내로 특검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 이후 대통령은 3일 내로 후보자 중 1명을 특검으로 최종 임명한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검은 지난 2016년 11월 법 발의 이후 수사 시작까지 37일이 걸렸다.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은 지난 2018년 4월 법이 발의되고 두 달이 넘어서야 수사를 시작했다.

    특검 도입까지 몇 달이 걸리고, 오는 4월 7일에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변수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경찰은 일단 '맡은 일'에 집중하겠다는 반응이다.

    다만 특검이 시작된다면 경찰 수사와의 '교통정리'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별검사는 직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때에는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장에게 사건의 수사 기록 및 증거 등 자료의 제출, 수사활동의 지원 등 수사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아직 예단할 수 없지만, 특검과 자료 등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 9일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는 경기도 광명시 LH 광명시흥사업본부의 모습. 이한형 기자

     

    한편 특수본은 이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LH 직원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포렌식 분석을 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분석이 끝나는대로 LH 직원들을 소환 조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수본은 지난 9일 LH 본사 등 첫 압수수색에 이어, 16일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부산경찰청이 나서 투기 의혹을 받은 시의원과 지자체 공무원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특수본 내·수사 대상은 지난 12일 기준 16건·100여 명이다. 16일 현재 대상은 더욱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이 개시한 '신고센터'에서는 16일 오후 5시 기준 171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신고 내용은 LH 직원과 중앙·지방정부 공무원, 시·도의원 등의 투기 의혹 등 내용이 다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국수본은 부동산 사건 관련 수사기법 등을 담은 '부동산 투기 사범 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전국 수사부서에 내려보내기도 했다. 수사에 균질·신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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