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고경민 기자
여성가족부가 '2020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청소년의 온라인상 폭력·성폭력 피해 경험이 대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23일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초(4~6학년)·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1만 4536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학교 내 폭력은 감소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의 폭력 피해가 늘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등교일수 자체가 줄어들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남자 청소년의 경우 온라인 폭력 피해 경험률이 4.8%에서 24.9%로 급증했다. 여자 청소년은 온라인 성폭력 피해 경험률이 24.2%에서 58.4%로 크게 증가했다.
폭력과 성폭력의 가해자는 여전히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주를 이뤘다. 폭력은 72.1%, 성폭력은 47.4%로 나타났다.
다만 폭력과 성폭력 모두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의 피해가 증가했다. 폭력은 2018년 0.8%에서 2020년 7.6%로 늘었고, 성폭력은 2018년 6.2%에서 2020년 9.9%로 늘었다. 성폭력 가해자의 경우 잘 모르는 사람의 비율(10.7%→33.3%)이 특히 증가했다.
청소년의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의 경우 37.4%를 기록했다. 지난 조사인 2018년(39.4%) 대비 2%p 감소한 수치다. 청소년의 이용률이 소폭 감소한 데 비해 초등학생의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은 크게 늘었다. 2018년 19.6%에서 2020년 33.8%로 14.2%p 증가했다.
고등학생은 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31.8%)에서 성인용 영상물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은 인터넷 개인 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21.6%), 포털사이트(19.4%), 스마트폰앱(18.5%), 메신저(18.4%) 등에서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 연합뉴스
여가부 최성유 청소년정책관은 초등학생의 성인용 영상물 시청 증가세를 두고 "TV 등 매체 실시간 시청이 아닌 유튜브 같은 영상매체를 통해 편안한 시간에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소비할 수 있게 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미디어 접촉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기기에 유해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이 설치되는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30% 초반 이하)에 머물렀다.
청소년의 음주 경험은 성인이 주는 경우(34.2%)가 많았다. 그 다음은 집에 있는 술(33.6%)을 마시는 경우였다. 담배는 또래(담배 57.4%, 전자담배 67.7%)가 주요 경로가 됐다.
청소년의 아르바이트 경험률은 4.6%로 2018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음식점·레스토랑·뷔페 등 업종의 아르바이트 경험률은 감소했지만, 배달·운전 아르바이트 경험률은 0.5%에서 15.2%로 대폭 증가했다.
적절한 권리는 보장받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청소년 중 29.9%는 최저시급을 못 받았다. 5명 중 1명은 임금 체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 유해 매체물 상시 점검 및 차단, 위기청소년 지원시스템 구축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