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고양창릉 하남교산 3기 신도시 개발이익 분석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임재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오른쪽 두번째)이 분석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양 창릉과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 관련 약 10조에 달하는 개발이익이 민간 건설사와 개인 수분양자에게 집중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사업의 본 목적이 흔들리고 있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민간 택지매각을 줄이고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대폭 늘릴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3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기 신도시 6개 지구 중 고양 창릉, 하남 교산에 공급될 7만 2천호 중 2만 8800호(40%)를 택지매각으로 분양할 경우 민간건설사에 최대 3조 5천억, 개인 수분양자에게 최대 7조원의 개발이익이 돌아간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 1월 창릉신도시의 분양을 통해 민간건설사가 최소 1조~2조, 개인 수분양자가 최소 1조 4천억~1조 8천억에 이르는 이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하남 교산지구는 지난 2018년 12월, 고양 창릉지구는 지난 2019년 5월 각각 신도시로 지정된 바 있다.
참여연대 제공
이번에 추가분석이 이뤄진 지역은 하남 교산이다. 건설이 예정된 3만 4천호 중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에 의해 40%(1만 3600호)를 민간에 팔아 분양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했다. 참여연대는 교산 인근 30평형대 신축 아파트 단지의 가격분석을 바탕으로 민간건설사가 적게는 6247억, 많게는 1조 5461억(최대수익률 16.76%)의 이익을 챙길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 수분양자는 최소 4조 8714억에서 최대 5조 2102억의 시세차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됐다. 교산 근처에서 최근 3년 내 사용승인을 받은 신축아파트 4개 단지의 실거래가를 평당 평균 3115만원으로 산출한 뒤 이를 전체 공급물량에 적용한 14조 963억에서 분양가를 뺀 방식이다.
세종대 부동산학과 임재만 교수(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하남지역은 올해 하반기부터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약 40%를 민간에 분양해 민간건설사에 매각하고 민간아파트를 지어 개인에게 또 매각할 예정"이라며 "인근 위례신도시에서 최근 택지를 분양받아 민간에 매각한 개발·분양사례를 토대로 택지비와 건축비를 추정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제공
그러면서 "3기 신도시 전체로 이 문제를 확대하면 (공급은) 37만호 정도가 예상된다"며 "여기서 40%면 14만 8천호를 민간에 매각한다 할 수 있는데, 민간건설사가 3기 신도시 사업에서 얼마나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실제 추정이 불가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벌여온 사업규모에 비해 실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현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지난 30년 동안 정부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이 대략 304만호 정도인데 그 중 36%인 111만호만 남아있다"며 "신도시 개발·그린벨트 해제 등으로 토지 강제수용을 통해 조성한 수도권 지역 공공택지 상당수가 민간건설사에 매각되고 있고, 분양전환제를 통해 임대주택 물량이 빠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2가지 원인"이라고 짚었다.
참여연대가 인용한 한국부동산분석학회 자료에 따르면, 향후 3기 신도시에 공급될 주택 37만호 중 서민과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의 공급비율은 25%(9만 2500호) 남짓이다. 여기에 10년 임대 이후 분양으로 전환되는 물량(10%·3만 7천호)을 합쳐도 35%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 변호사는 "10년 임대 후 분양주택도 결과적으로 민간에 매각된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공익을 위해 공공택지로 조성한 땅 절반 가까이가 민간에 사유화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우리 사회 투기문제를 양성하고, 너나없이 투기에 뛰어들게끔 만드는 구조적 문제다. 10년 이후 분양전환까지 50% 이상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LH 직원들의 투기의혹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선 3기 신도시를 취소하고 (공공개발을) 민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한마디로 도둑이 들었기 때문에 경비도 더 강화하고 재발방지책을 만들어 도둑이 들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경비도 없애고 모두에게 집을 열어줘 누구나 다 들락날락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얘기"라고 일축했다.
참여연대 제공
참여연대는 'LH 사태'를 계기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현재의 공공주택 개발방식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는 "신도시 개발과정엔 교통시설·상하수도 건설 등 많은 비용이 든다. 이를 정부 재정이나 공공 기금으로 (충당)하지 않고 LH가 돈을 벌어 개발하는 방식으로 하다 보니 LH는 공공사업을 위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수익사업을 벌려야 하는 구조"라며 "'땅장사', '집장사'를 해서 공익사업을 하다 보니 필요한 규모보다 2배 정도 더 큰 조직을 운영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이 공공임대주택에 쓰는 비용은 주택도시기금 전체 예산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LH 개혁의 기초는 LH가 벌여야 하는 고유사업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그 핵심은 신도시 사업을 벌일 때 민간에 택지를 매각하는 것만큼은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토지비축은행 같은 걸 만들어서 LH로부터 민간에 매각해야 할 땅을 사고 개발비용을 지원한 이후 그 땅을 다시 LH나 지역개발공사 등에 단계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