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곤자가 국제학사에서 제출받은 외출 서약서. 온라인 커뮤니티 제공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강대학교 기숙사에서 최근 사생들에게 외출 서약서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서약서에는 감염 위험이 많은 장소를 방문해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사생 개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강대학교 곤자가 국제학사는 기숙사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사생들로부터 이른바 '외출 서약서'를 제출받았다. 앞서 곤자가 국제학사에서는 입사생 1명이 지난 25일 첫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모두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다.
이 서약서에는 "외출 시 코로나 감염의 위험이 있는 장소(헌팅 포차, 감성주점,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실내집단 운동, 댄스 스튜디오, 실내 스탠딩 공연장 및 이에 준하는 시설)의 방문을 삼가며 개인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감염 위험이 많은 장소에 방문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모든 경제적 손실 및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문구도 적혀있다.
학생들은 외출 서약서가 '인권침해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의 제한인지 기간조차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데다가, 팬데믹 상황의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생들이 '외출하기 위해서' 해당 서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만큼, 서약서 작성이 반강제적으로 이뤄진 것과 마찬가지라는 시각도 다수다.
서강대 기숙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지난달 28일 오전 학교 출입이 일시적으로 전면 통제된 가운데 정문에 외부인 출입금지 등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한 서강대생은 학내 커뮤니티 '서담'에 "몇몇 층에서는 점호하면서 서약서를 나눠주고 걷어갈 테니 바로 써서 달라고 했다. 사실상 강요"라고 적기도 했다. 다른 서강대생은 "자가격리 대상자로 통보받은 게 아닌 이상 기숙사가 외출 금지를 시킬 수는 없다. 군대인가"라고 토로했다.
심지어 아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벨라르미노 학사에서도 사생들에게 해당 서약서를 제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한 졸업생은 서담을 통해 두 기숙사의 행정처리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전날 진정을 접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기숙사 측은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과할지언정, 사생들에게 책임을 돌리지는 않아야 한다"며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학생들에게 방역 '협조'를 구하는 것이 맞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재 다중이용시설들도 운영이 허가되고 있는 상태에서, '코로나 위험이 있는 장소', '감염 위험이 많은 장소'라는 용어는 기준이 모호하다"며 "공지사항과 서약서 그 어느 곳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문구만 있을 뿐, 법적 근거는 명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권위 관계자는 "진정 접수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시차가 있는데, 아직 시스템에는 들어오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