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탱크가 설치된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일관계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한국, 중국과 달리 일본을 두둔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고, 가뜩이나 꼬인 동북아 정세에 또 다른 부담 요인이 되고있다.
◇ 정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조치"…투명한 공개 및 국제 검증 요구정부는 13일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향후 대책으로 해양환경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와 오염수 처리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 및 국제 검증 등을 일본 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그나마 일본의 결정 자체를 철회하라고 요구하지 않은 것은 영해 내 방류는 일본의 주권 사항임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가 일본 측 조치를 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와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방류 방식과 소요기간 등 최소한 4개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영삼 외교부 신임대변인이 13일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한 결정과 관련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당국자 "4개 사안 답변 못 받아, 그들도 모른다고"…日대사는 "충분히 협의"하지만 일본 측은 이에 대한 충분한 답변을 주지 않았고, 다소 예상을 앞당긴 시점에 전격적으로 방류 결정을 내렸다.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는 이날 한국 언론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방류 결정은) 한국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관계자와의 의사소통 결과를 참조하면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가 책임을 지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외교부 당국자는 "다른 것에 대해서는 일본 측 답변이 만족할 만한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왔는데, 네 가지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선 아직 자기들도 정보가 충분치 않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일 정부 간 주장이 엇갈리긴 하지만 일본 측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 내에서조차 시민사회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는 게 대표적 반증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강력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 여야 정치권도 격앙, 한 목소리 규탄…미국은 日 두둔, 세계 여론 역행
결국 주변국을 무시한 일본 측의 안하무인 격 조치로 인해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에 더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게 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두 달 넘도록 전화 통화조차 하지 못했다. 외교부가 이날 아이보시 일본대사를 비공개로 초치한 배경에도 아직 신임장 제정이 안 된 사정이 작용했을 만큼 양국관계는 냉랭하기만 하다.
늘 충돌해온 여야 정치권이 모처럼 한 목소리로 일본 측 조치를 규탄한 것은 그만큼 악화된 여론을 방증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한국과 상반된 기류를 보임으로써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측 조치에 대해 "국제 안전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사실상 지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