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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노헬멧 킥라니' 사라질까…오늘부터 단속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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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노헬멧 킥라니' 사라질까…오늘부터 단속 강화

    • 2021-05-13 06:30

    13일,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PM 안전관리 강화
    "전동킥보드 면허·헬멧 필수…인도주행 금지"
    현장 분위기는 헬멧 안쓰고 인도주행도 '쌩쌩'

    여의나루역 근처에서 한 시민이 헬멧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있다. 김정록 수습기자

     

    "헬멧을 착용하는 게 맞기는 하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헬멧을 들고 다니겠어요. 개인 바이크가 있으면 모를까. 공유킥보드 업체 중 일부에서 헬멧을 같이 비치해 놓는 것 같은데 먼저 그런 업체를 이용해야겠죠." (시민 A씨)

    13일부터 전동킥보드나 전동이륜평행차등 개인형이동장치(PM)에 대한 안전관리가 강화된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만 16세 이상만 취득할 수 있는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증 보유자만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다. 이를 어길시 범칙금 10만원이 부과된다.

    그 외 △헬멧 등 보호장구 미착용시 범칙금 2만원 △동승자 탑승시 범칙금 4만원 △음주운전 범칙금 10만원(3만원에서 강화) △후방안전등 미작동 범칙금 1만원이 부과될 예정이다. 13세 미만 어린이가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게 될 경우는 보호자가 1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경찰의 단속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봤다. 이날 오전 7시 45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여의나루역 여의대로 사거리 앞을 살펴본 결과 전동킥보드 이용객 6명이 지나갔다. 모두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중 한 명은 빠른 속도로 인도를 내달리고 있었다. 이른바 '킥라니(킥보드+고라니)'의 등장에 이어폰을 낀 채로 휴대전화를 보던 한 보행자는 깜짝 놀라기도 했다.

    홍대입구역 4번출구 경의선 숲길 인근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모두 13명의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지나갔는데,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헬멧을 쓰지 않고 있었다. 한 손에는 커피 캐리어를 들고, 한 손으로만 킥보드를 운전하는 아찔한 모습도 목격됐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던 직장인 한모(37)씨는 최근 킥보드를 타다가 턱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를 다쳤다고 했다. 한씨는 "저는 다행히 가벼운 찰과상으로 끝났는데, 혹시 차랑 부딪히면 대형 교통사고가 날 수 있다"며 "못 타게 할 것이 아니라면 규제라도 잘해서 안전하게 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 근처에서 만난 회사원 박모(44)씨는 드물게 안전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제가 전동킥보드를 타보니까, 바퀴가 작아서 조그마한 턱만 넘어도 잘 넘어진다"며 "안전모도 없이 타다가 머리를 다치면 큰일이 날 수 있다. 법은 잘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역 근처 세워진 전동킥보드 옆에 일부 업체들이 헬멧을 부착시켜놨다. 임민정 수습기자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는 시민 대다수가 짧은 거리를 빌려타는 만큼 헬멧을 지니고 다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불만도 나왔다.

    홍대 근처 카페 직원 이모(28)씨는 "공유킥보드를 타기 위해 일반인들이 헬멧을 계속 소지하라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강남역 같은 곳에서 출퇴근 시간에 차가 막힐 때 킥보드를 많이 이용한다. 그런데 그런 시간마다 사람들이 헬멧을 어떻게 하나씩 가지고 다니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헬멧을 무조건 소지해서 타야 한다보다는, 다른 안정적인 방법을 생각해서 실현 가능한 해법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킥보드는 이번 안전관리 강화와 관계없이 원래 '인도 주행'이 금지되지만 이를 지키는 이용객은 많지 않다. 킥보드는 물론,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보행자와 뒤엉키는 위험천만한 상황은 이미 낯설지 않다. 경찰 단속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다.

    이날 오전 출근시간대 강남역 11번 출구 앞을 지나친 7명의 킥보드 이용자는 모두 인도로 달렸다. 차도 측면 쪽을 타고 오다 턱이 없는 인도로 진입하거나, 횡단보도를 건넌 뒤 그대로 인도로 진입하는 형태였다.

    회사원 이모(28)씨는 "인도에서 주행하게 되면 보행자 안전을 위해 주의해야 하는 게 맞다"라면서도 "대안이 도로 주행이라면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 주행하게 되면, 제2의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대 속도 25km인 전동킥보드에 도로 주행을 의무화할 경우 추월하려는 차량과 엉켜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회사원 최모(38)씨는 "차도로 다닐 때 차량 차선을 점유해도 되는 건지, 아니면 옆에 황색 선 안쪽으로만 다녀야 하는지도 모호하다"며 "막상 도로가 울퉁불퉁하고 평탄하지 않으니까 불안해서 인도로 달리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선릉역 근처에 전동 킥보드 교통법규 준수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임민정 수습기자

     

    경찰은 이날부터 주요 거점 위주로 집중 계도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달리 '번호판'이 없는 전동킥보드의 경우 사진 등 제보에 의한 사후 단속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 바로 적발해야 하다 보니 무한정 단속을 강화하기도 어렵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행 이후 한 달 동안은 위반에 대한 계도 위주의 단속을 실시하되, 사고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주요 사고 요인행위는 단속을 병행할 방침"이라며 "구체적인 세부기준은 시도경찰청에서 여건에 맞게 수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경우 사고 위험성이 높은 △음주운전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상위차로 주행 등 4개 항목에 한해 즉시 단속할 계획이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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