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
운전 중이던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사건 당일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언론에 의해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는 이 차관이 택시기사를 상대로 막말과 폭행을 저지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2일 SBS는 지난해 11월 6일 밤 이 차관이 술에 취해 오른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도했다. 이 영상에 따르면 이 차관은 목적지 부근에 도착한 이후 하차 지점을 묻는 택시기사 A씨에게 "이 XXX의 XX!" 등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놀란 A씨가 "왜 욕을 하세요?"라고 뒷좌석을 쳐다보며 항의하자 답이 없던 이 차관은 갑자기 손을 뻗으며 달려들어 A씨의 목을 조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차관은 "너 뭐야?" 등의 막말을 이어갔고, A씨가 "신고할 거예요", "목 잡았습니다. 다 찍혔습니다" 등 경찰 신고의사를 밝히자 이 차관은 이내 폭행을 멈추고 몸을 뒤로 옮기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이 차관이 블랙박스에 찍힌 하차 직전 이전에도 이미 욕설을 했었다며, 처음 겪는 상황이 아니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건 발생 이틀 뒤 첫 경찰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 이 차관이 '기사님이 내려서 문을 열어 날 깨울 때 내가 멱살을 잡은 걸로 해주면 안 되겠나' 등의 제안을 했다는 주장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차관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A씨가 당시 폭행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보고 A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경찰은 A씨가 이 차관의 요구에 따라 이같이 행동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아직 사표는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