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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백래시 시대에 부치는 다섯 영페미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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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백래시 시대에 부치는 다섯 영페미 비망록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감독 강유가람)

    다큐멘터리 '우리는 매일매일' 스틸컷. ㈜인디스토리 제공다큐멘터리 '우리는 매일매일' 스틸컷. ㈜인디스토리 제공
    ※ 스포일러 주의
     
    그 어느 때보다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사회 변화에 대응해 나타나는 대중적 반발)가 거센 요즘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건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일까, 페미니스트의 삶이란 무엇일까.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과거부터 지금에 이르는 길을 차근차근 밟아나간다.
     
    '우리는 매일매일'은 '시국페미' '이태원' 등을 통해 꾸준히 우리 사회와 여성의 삶을 거시적으로, 동시에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며 이야기한 강유가람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강유 감독의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건 뭘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1990년대 말 페미니즘을 외쳤던, 이제는 삶도 일도 가족의 형태도 모두 다른 자신의 친구들을 찾아가 과거와 현재를 만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기록자이자 관찰자의 시선이 더 강했던 전작들과 달리 '우리는 매일매일'에서 감독은 자신의 고백으로 영화를 열더니 보다 깊숙이 들어가 영페미니스트들의 현재를 지근거리에서 살핀다.
     
    1990년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의제를 이끌었던 '영페미니스트'로 불리는 이들은 '반성폭력 운동' '군가산점제 폐지' '호주제 폐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키라, 자투리, 어라, 오매, 흐른은 바로 당시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영페미니스트들이다.
     
    키라는 현재 6년 차 수의사고, 짜투리는 남편의 고향인 제주에 이주해 한 달살이 집을 운영하며 농수산물 꾸러미 사업을 하고 있다. 어라는 오랜 꿈이었던 여성주의 대안병원을 실현하게 됐고, 오매는 현재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흐른은 현재 인디 뮤지션이자 청소년기관의 직원이다.
     
    다큐멘터리 '우리는 매일매일' 스틸컷. ㈜인디스토리 제공다큐멘터리 '우리는 매일매일' 스틸컷. ㈜인디스토리 제공

    1990~2000년대 운동과 투쟁이란 이름으로 가장 앞에 나서서 목소리를 냈던 이들 영페미니스트들은, 시간이 흐른 지금 페미니즘을 보다 자신의 삶 안으로 끌고 들어와 자신만의 방식으로 품어냈음을 보여준다.
     
    모두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자신만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실현하고 있다. 누군가는 여전히 현장에서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누군가는 약자의 삶이 보다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좀 더 많은 약자를 페미니즘의 테두리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이러한 다섯 명의 영페미니스트 모습은 페미니즘의 실천이 단지 한 가지 모습만을 지닐 필요는 없으며, 자신의 삶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주시킬 수 있다고 알려준다.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페미니즘 방식이나 성격 역시 조금씩 변화하듯이, 과거 세대는 현재와 미래에 발맞춰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소외 받고 차별 받은 모든 존재가 더 나은 사회에 발 디딜 수 있게 하는 시선과 행동이 페미니즘의 길이기 때문이다.
     
    이는 페미니스트로서 많은 고민과 질문을 안고 있는 현재의 젊은 페미니스트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 앞선 이들도 지금 우리와 비슷한 고민과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고, 각자 자신만의 답을 찾아 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모두를 토닥여주는 작은 응원과도 같다.
     
    다큐멘터리 '우리는 매일매일' 스틸컷. ㈜인디스토리 제공다큐멘터리 '우리는 매일매일' 스틸컷. ㈜인디스토리 제공

    이처럼 강유 감독의 작업이 의미 있는 것은 영페미니스트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이른바 영영페미니스트 사이 단절됐던 시간을 연결하고, 두 세대 사이에 존재했던 간극을 좁히고 있다는 데 있다.
     
    '시국페미'에 이어 '우리는 매일매일'이라는 기록을 보면 세대 사이 존재하는 간극은 서로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기에 이해하지 못했기에 비롯된 것일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승자와 남성 위주로 기록된 역사들 사이에서 여성 운동의 역사를 제대로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그러한 기록의 부재는 세대 간 간격을 넓혔고, 어쩌면 알지 못했기에 오해가 쌓였는지도 모른다.
     
    강유 감독의 기록들은 각 시대마다 존재했던 페미니스트와 그들의 운동을 분절된 것이 아닌 연결된 하나의 역사로 잇는다. 이를 통해 지금에 이르는 페미니즘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자산임을 알게 된다. 이는 제대로 된 여성 역사의 기록이 얼마나 절실한지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영페미니스트의 과거를 회고한 것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기록물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여성들의 모습을 담아낸 안에서 우리는 현재와 유사성과 차이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는다. 자연스레 현재의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행보와 그들의 길이 다음으로 이어지길 응원한다.
     
    1990년대, 어쩌면 그 이전부터 축적되어 지금 새로운 모습으로 쓰이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의 용기를 기록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기록의 힘을 보여준 만큼, 강유가람 감독이 앞으로도 차곡차곡 우리들의 매일매일을 기록해주길 바란다.
     
    75분 상영, 6월 30일 개봉, 12세 관람가.
    다큐멘터리 '우리는 매일매일' 포스터. ㈜인디스토리 제공다큐멘터리 '우리는 매일매일' 포스터.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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