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청과 해운대구의회. 송호재 기자 부산 해운대구가 추진 중인 그린시티 리모델링 사업이 지역 정치 세력 간 다툼으로 비화해 알맹이 없는 사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애초 특정 지역에만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사업을 서둘러 추진한 자체가 '선거용'에 불과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해운대구의회는 지난달 제259회 정례회에서 처리 예정이었던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안'을 잠정 보류했다고 13일 밝혔다.
해당 조례는 그린시티로 이름을 바꾼 해운대신도시를 중심으로, 노후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리모델링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사업 부담금, 일반회계 전출금 등 재원을 명시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법까지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구의원들은 억대에 구비를 특정 지역에만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고, 결국 조례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홍순헌 구청장 치적 사업에 속도를 낼 이유가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당 조례를 대표 발읳나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조차, 조례안 반대가 당론처럼 자리를 잡자 조례안 '보류'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이미 지난 5월 리모델링 지원 관련 조례를 제정해놓고도, 정작 중요한 기금 마련에는 손을 놓으면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역에서는 구의원뿐만 아니라, 홍순헌 해운대구청장 역시 혼란을 자초한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 지역에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에 속도를 낸 것 자체가 일종의 선거 전략에 불가피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안전성, 분담금, 부동산 시장 교란 우려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실현 자체가 쉽지 않은 사업"이랴며 "전국적으로 봐도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구청장이 임기 말에 이런 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나 지방의회에서 조례 등 근거 마련을 놓고 엇박자를 보이는 상황을 보면, 결국 사업 추진 배경에 정치적인 판단이 깔려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라며 "지역 주민을 위한 사업인 만큼 후폭풍까지 고려해 책임감 있는 구정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의회 관계자는 "개발분담금 등 기금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놓고 이견이 있어 이를 조율하기 위해 조례를 보류한 것"이라며 "다음 회기에 내용을 보강해 다시 조례를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기금 조례는 주민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한 근거일 뿐, 이미 지원 조례가 마련됐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라며 "다른 지자체들에 비하면 오히려 부산지역 리모델링 지원 준비가 늦은 편이기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속도를 냈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