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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올해만 3번째 산재사망…추락사 왜 못 막았나

울산

    현대重 올해만 3번째 산재사망…추락사 왜 못 막았나

    슬레이트 교체 작업하던 사외공사업체 노동자 추락
    추락방지망 미설치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 부실 지적
    한영석 사장 "안전 대책 이행하던 중 사고, 안타까워"
    노조 "경영진 이윤 추구 극대화, 노동자 안전 생명 외면"

    지난 13일 오전 5시30분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내 도장1공장 지붕에서 40대 A씨가 25m 아래로 추락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지난 13일 오전 5시30분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내 도장1공장 지붕에서 40대 A씨가 25m 아래로 추락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또 사람이 죽어나갔다.

    추락방지망이 설치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가 부실했으며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고질적인 다단계 하도급 문제가 다시 지적됐다.

    지난 13일 오전 5시30분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내 도장1공장 지붕에서 40대 A씨가 25m 아래로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외 단기 공사업체 소속인 A씨는 사고 당시 철제 슬레이트 교체 작업을 했으며 무더위를 피하고자 동료 10명과 오전 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사측은 시설 보수를 위해 입찰 절차를 거쳐 외부 전문업체를 선정, 공사를 의뢰했으며 A씨가 생명줄을 착용하는 등 법적 안전사항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은 추도문에서 "회사는 현장 안전보건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 2차례 중대재해 이후 모든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안전 대책을 이행하는 중에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경영진의 이윤 추구 극대화에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외면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단계 하도급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른 바, 하청업체 물량팀(단기 계약·프로젝트팀)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고치지 않고는 비슷한 중대재해가 재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1차 하청-2차 하청-물량팀으로 계약을 맺고 업무지시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안전조치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사고가 잇따르는 이유로 지목된다.

    A씨 역시 단기계약업체 소속 물량팀장 이었다.

    A씨가 작업을 한 과정을 보면, 강판을 1개씩 뜯어내고 1개씩 조립한 것이 아니라 전체 슬레이트를 뜯어내고 교체하는 잘못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에서 10년 이상 누수관 등 설비 보수작업을 해온 경력 20년차 베테랑이 급하게 작업을 했어야 하는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윤성 부지부장은 "다단계 하도급을 하게 되면 내려갈수록 이윤이 줄어들기 때문에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 비용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지시를 받는 노동자도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작업을 서두르게 된다"고 말했다.

    또 "현대중공업 소속 안전관리자가 그렇게 많은데 추락방지망 같은 2차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작업을 하고 있는지 점검만 했어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사고 당시 A씨는 안전걸이 로프에 안전벨트까지 착용했다. 뾰족한 슬레이트 모서리에 생명줄이 절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사고 당시 A씨는 안전걸이 로프에 안전벨트까지 착용했다. 뾰족한 슬레이트 모서리에 생명줄이 절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노조는 사측이 주장하는 생명줄 착용 등 안전조치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A씨가 고공 작업을 하면서 의지했던 것은 안전대와 생명줄 뿐 이었다.

    추락을 방지할 발판과 방호망이 없었으며 유일한 안전 조치인 생명줄 역시 처지거나 풀릴 것을 방지한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노조는 파악했다.

    A씨가 안전걸이 로프에 안전벨트까지 착용했지만 뾰족한 슬레이트 모서리에 생명줄이 절단되면서 결국 25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줄이 처지지 않았다면 절단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이 사내 건설공사, 시설보수 등 유지 관리업무 담당 업체와 계약하고 일을 시키면서 그만큼 안전 관리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울산본부는 15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하청노동자 중대재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웅규 기자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울산본부는 15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하청노동자 중대재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웅규 기자 
    노조는 사측에 안전교육일지, 근로계약서 등 기본자료를 요청했지만 자료협조를 거부당하는 등 사고 원인 파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작업 현장에서 바로 파악할 수 있는 일일작업지시와 안전교육일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울산본부는 15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하청노동자 중대재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A씨의 추락사로 현대중공업에서 470번째 산재사망이 발생했다"며 "한영석 대표이사를 즉각 구속하고 다단계 하도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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