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27일 오전 통일부 연락대표가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된 남북 직통전화로 북측과 통화하는 모습. 연합뉴스차단됐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27일 오전 10시부터 복원됐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연락채널을 모두 끊은 지 13개월 만이다.
청와대는 "남과 북은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그간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하고 개시통화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도 동시에 "수뇌 분들의 합의에 따라 북남 쌍방은 모든 북남 통신연락선들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은 모습. 황진환 기자이번 조치는 지난 4월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친서를 여러 차례 교환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연락채널 복원은 1년여간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던 남북관계가 개선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남북 모두 "남북(북남) 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며 통신선 복원에 더해 한층 발전된 메시지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개설된 남북 간 연락채널은 그동안 끊기고 이어지기를 수차례나 반복하는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2009년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서, 2016년에는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선언하자 북측은 통신선을 모두 차단했다. 2018년 기능이 정상화됐지만 지난해 6월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차단·폐기했던 것을 이번에 다시 복원한 것이다.
통신선은 남북 관계의 현재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지난 26일 북한 내륙 지역에서 35~37도를 오가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각지에서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는 조선중앙TV의 보도. 평안북도에서 관수 설비들을 가동해 물을 끌어와 농지에 대는 모습. 연합뉴스북한이 이번에 통신선 개설에 응답한 것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경제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장마와 태풍, 폭염과 가뭄 등으로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내부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남한과 미국 등 외부적 환경에 눈을 돌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관건은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가시화되고 있는 남북 대화 재개와 관계 복원 분위기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어나갈지 하는가의 문제다.
남북은 지난해 6월 이후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며 1년 이상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북측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각종 교류 협력이나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개별 관광 문제 등은 언감생심, 긴장만 고조됐던 시기다.
이런 와중에선 남북 관계 전반에 대한 상호 관심사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단절된 데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신뢰부터 다시금 쌓아 나가는 게 먼저다.
긴 단절의 시간이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관계를 복원하기가 쉬울 리 없기 때문이다. 이후 남북 간 이미 합의된 사항 등을 포함해 쌓여진 문제들을 논의하고 서로 간 시급한 문제부터 함께 풀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27일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 관련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브리핑. 청와대 제공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은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남북이 동시에 관계 개선을 언급한 만큼 코로나19를 감안, 남북 정상 간 화상 만남 등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통신선 복원을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호들갑 떨며 침소봉대하거나 '대선을 앞둔 정치 쇼'로만 폄훼하는 일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단절됐던 관계가 이제 다시 어렵게 첫 단추를 꿰었을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