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에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석방 결정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겉으로는 '존중한다'는 분위기지만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잖게 터져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법무부가 가석방의 요건과 절차 등을 고려하여 심사 판단한 것에 대해 그 결정을 존중한다"며 "정부가 고심 끝에 가석방을 결정한 만큼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있어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한형 기자그러나 당내에서는 실망감이 흘러나왔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9일 늦은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깊은 실망감에 괴롭다"며 "이재용은 국민연금의 천문학적인 손해를 아직 배상조차 하지 않았다. 굴욕감마저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는 국민 여론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이재용이 석방되어야 한다'는 쪽이라고 판단한 듯하다"며 "하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민주당의 공직자들은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애초에 그 사람들을 구조해야 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결정이 경제 위기 면피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종민 기자그는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해서도 긴말이 필요 없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재용이 구속된 2017년 신고가를 기록했고, 이후 이재용의 부재 속에 지금까지 최대 영업이익, 최대 매출, 어닝 서프라이즈 등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재용 가석방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도 자괴감을 드러냈다. 그는 10일 SNS를 통해 "민주당이 집권해도 변하지 않는 잣대"라며 "우리는 왜 그토록 집권하려 했을까"라고 자당을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우리는 삼성이 정유라에 말 사주고 청와대에 로비해서 국민들이 소중히 모은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면서도 이재용의 경영권을 유지하려던 시도를 기억한다. 우리는 분노했고 그를 감옥으로 보냈다"며 "그런데 결국 코로나19와 경제성장의 논리로 그가 가석방됐다"고 썼다.
이어 "기업의 돈이 언론사로 흘러 들어가고 '국민들이 가석방을 원한다'는 여론이 '사회의 감정'으로도 둔갑됐다"며 "이재용의 남은 재판에서도 정의와 공정을 확인하긴 어려울 것 같다. 금방 또 풀어줄 테니까"라고 일갈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를 심사하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열린 지난 9일 오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이재용 석방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 사이에서도 가석방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김두관 후보가 가장 먼저 나섰다. 그는 "보수언론의 농간과 대권후보들의 암묵적 동의 속에 법무부가 이재용 가석방을 결정했다. 정말 한심한 일"이라며 "오늘은 재벌권력 앞에 법무부가 무릎을 꿇은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후보도 SNS를 통해 "재벌총수에 대한 0.1% 특혜 가석방은 공정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전 법무부 장관이었던 추미애 후보는 "솜털같이 가볍게 공정을 날려버렸다"며 "곱배기 사법특혜를 줬다"고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을 강하게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은 "무려 86억 원을 횡령하고도 재판부는 양형기준표의 최하한 형인 2년 6월을 선택했다"며 "국정농단 세력의 꿀단지가 된 정경유착 공범에 대한 2년 6개월도 무겁다고 법무부가 조기 가석방의 시혜를 베풀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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