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왼쪽), 전 세계권투평의회(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장정구 씨. 윤창원 기자·연합뉴스복싱 세계챔피언 출신 장정구(58)씨가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입건된 가운데, 비슷한 과거 사례인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때와 사뭇 다른 경찰 대응이 주목된다.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두 사건 모두 피의자가 술에 취한 채 시동이 걸린 차 안에서 택시 기사를 폭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경찰은 장씨에 대해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이 전 차관의 경우 반의사불벌죄인 폭행 혐의를 적용해 내사종결한 바 있어 '다른 잣대'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하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20분쯤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택시기사 A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장씨는 술에 만취한 상태였다. 공개된 CCTV에 따르면 술에 취해 택시 뒷좌석에서 잠을 자고 있던 장씨는 A씨가 잠을 깨우자, 서비스를 문제 삼고 욕설을 하며 주먹과 휴대전화로 A씨의 얼굴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
이한형 기자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정씨를 곧바로 특가법상 운전 중 운전자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장씨가 A씨를 폭행할 당시 택시에 시동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개정된 특가법에 따르면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한 경우 일반 폭행 죄에 가중해 처벌한다. 택시기사가 승객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때도 '운행 중'에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와 달리 특가법은 피해자와의 합의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다.
반면 과거 이 전 차관 사건은 장씨 사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전 차관은 변호사 시절인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택시기사가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자 멱살을 잡아 폭행해 경찰에 신고됐다. 폭행 당시 시동이 켜진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특가법을 즉각 적용하지 않았다.
대신 경찰은 이 전 차관이 사건 다음날 택시기사와 합의한 사실을 토대로 '택시기사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다'는 것을 근거로 사건을 입건 조치하지 않고 내사종결 처리했다.
이후 지난 12월 이 전 차관은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이후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서울경찰청은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서울청은 지난 6월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어 이 전 차관은 증거인멸교사 혐의, 택시기사 A씨는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폭행 부분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이 전 차관의 폭행 혐의에 대해 기소·불기소 여부 등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