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수송기에 탑승하는 대피자들. 연합뉴스미군이 시민들의 아프가니스탄 탈출 시간을 벌기 위해 철수를 지체한다면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불공항 밖에서 총격전이 발생해 아프간 정규군 1명이 숨졌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31일로 예정된 미군 철수완료 시한의 연장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 시한의 연장을 강조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8월 31일은 레드라인(협상 불가능한 기준점)"이라며 "미군 주둔 기한의 연장은 반발을 불어올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새벽 카불공항 인근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윌리엄 어범 미군 대변인은 "괴한이 공항 북문을 지키는 아프간 군인에게 총을 쏴 미군과 연합군이 대응사격을 했다"면서 "아프간 병사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아프간에서 의료지원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 인도주의 단체는 공항에서 총상을 입은 6명의 환자를 치료했다고 밝혔다.
최근 공항 밖에 모인 수천 명의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곤봉을 휘두르고 위협 사격을 한 탈레반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지난 15일 이후 공포에 질린 아프간 시민 수천 명이 공항에 몰리면서 최소 7명이 숨졌다. 미군 수송기에 매달렸다 추락한 사람도 최소 7명이다.
탈레반은 이 같은 혼란이 미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아프간 시민들에게 도망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고 미군에 협력한 사람에 대한 보복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탈레반 관계자인 모하마드 칼리드는 종교 지도자 모임 연설을 통해 "역사와 아프간인은
미국과 유럽에서 훈련받고 우리를 죽이러 돌아온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길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종교 지도자들에게 "소녀가 학교에서 소년 옆에 앉는 것을 용인할 수 있냐"면서 외국이 교육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미군 철수를 이끈 자살폭탄 테러범에 찬사를 보냈다.
이같이 모순적인 메시지는 온건한 이미지를 만들려는 이면에 탈레반 내부가 완전히 결속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최근 탈레반의 보복에 대한 보도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IS(이슬람 국가) 계열의 단체가 공항 인근의 시민들을 향해 자살폭탄 테러를 벌이거나 미 항공기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탈레반과 IS는 이념적으로 다르고 최근 몇 년 동안 서로 싸웠지만, 탈레반이 IS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가능성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앞서 탈레반은 9‧11테러를 준비하던 알카에다에 은신처를 제공했고, 2001년 테러가 발생했다. 다만 탈레반은 아프간이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기지로 사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