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56) 씨가 지난달 31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서울동부지법으로 이송되는 모습. 박종민 기자법무부가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살인 피의자 강모(56)씨를 쫓는 과정에서 민간인에게 '대리 신고'를 요청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자발찌를 끊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법무부가 초동 대처에 있어 우왕좌왕한 정황이 추가된 셈이다.
살인 피의자 강씨에게 화장품 판매업을 알선한 것으로 알려진 A목사는 1일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전자발찌가 끊어진 직후 법무부의 112 신고 요청을 받았음을 증언했다.
A목사는 "지난달 27일 보호관찰관이 '강씨와 연락이 안되는데, 위치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신고를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관찰관은 '강씨가 우울증이 있어 자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고를 해주면 거기서 위치 추적을 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며 "당시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었다는 내용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마트이미지 제공A목사의 증언은 112신고 사실은 맞으나, 자신은 강씨의 근황이나 당시 상황, 즉 전자발찌의 훼손, 도주 등의 발생 등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신고한 것일 뿐이란 주장이다.
A목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법무부 소속 보호관찰관이 경찰에 정식 협조 공문을 보내는 대신, 사건 정황을 잘 모르는 A목사를 시켜 굳이 112신고를 부탁했는지에 대해 의문점이 남는다. 게다가 보호관찰관 중에는 '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관 신분의 보호관찰관도 있다. 자체적인 수사 권한이 있기에 추적, 검거, 영장 신청 등 모두 가능하다.
경찰에 따르면 A목사로부터 112신고를 접수한 시간은 27일 오후 8시10분경이다. A목사는 경찰에 "강씨가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신고했다. 이 시각은 강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한 오후 5시37분으로부터 약 2시간 40분이 지난 시점이다. 법무부가 경찰에 정식 협조 요청을 한 오후 8시26분보다 앞선 시점이기도 하다.
연합뉴스법무부가 최초 전자발찌의 훼손 이후 어떻게든지 자체적으로 강씨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경찰에 대한 정식 협조 요청 전 '민간인 신고'라는 형식을 빌어 추적을 시도했던 정황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해당 부분에 대해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특사경 보호관찰관들도 당연히 (전자발찌를 훼손한 피의자를) 위치추적할 수 있다"며 "CC(폐쇄회로)TV나 피의자의 휴대폰 신호를 통해 추적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보호관찰소와 경찰이 합동으로 그렇게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자발찌가 훼손된 신호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112에 접수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한편 지난해 12월 '사법경찰직무법'이 개정됨에 따라 올해 6월부터 보호관찰관은 특사경으로 수사권을 획득하게 됐다. 하지만 강씨 추적 과정에서 전자발찌가 훼손된 지 6시간 20분이 지나서 검찰에 체포 영장을 신청하는 등 미숙한 수사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