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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확충無' 전자발찌 대책, '전담자 쥐어짜기' 우려 증폭



법조

    '인력 확충無' 전자발찌 대책, '전담자 쥐어짜기' 우려 증폭

    '선택과 집중', '일대일 맞춤형'에 방점 찍힌 두 번째 대책
    전문가들 "가장 핵심인 '인력 확충'이 빠져 현실성 떨어져"

    '전자감독 대상자 재범 방지 대책' 발표하는 박범계 법무장관. 연합뉴스'전자감독 대상자 재범 방지 대책' 발표하는 박범계 법무장관. 연합뉴스
    "전자감독제도는 여러가지 보완이 필요하긴 하지만 획기적인 제도임은 틀림없다. 재범 위험을 현격히 낮추고 있다. 현재 전자감독 대상을 줄이는 건 옳지 않다. 현재 추세대로 가되, 실효적인 '선택과 집중'을 하고 고위험군에 대한 철저한 정보공유 등 일대일 맞춤형 대책이 주효한 이슈다"


    3일 전자발찌 살인 사건에 대한 법무부의 전자감독 대상자 두 번째 관리 대책이 나왔다. 사건 발생 직후 '전자발찌 끈 재질 강화'를 골자로 한 대책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온 지 나흘 만이다. 방점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발언처럼 '선택과 집중', '일대일 맞춤형'에 찍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싸늘하다. 전자감독 제도의 가장 핵심인 '인력 확충'이 빠져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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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가 발표한 개선책은 크게 세 가지로 ①준수사항 위반죄 등에 대한 신속 대응 ②고위험 성범죄자 선제적 관리 ③경찰·검찰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 체계 강화로 요약된다. 모두 이번에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 사건에 비춰봤을 때 문제로 지적돼왔던 바다.

    법무부는 우선 두 번이나 야간외출 제한 위반을 하는 등 범죄의 전조 증상이 있었는데도 보호관찰소 직원들이 강윤성을 대면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해, 야간외출 제한 등 준수사항을 위반했을 경우 심야시간에도 조사하고 현행범 체포를 할 수 있는 등의 실시간 수사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자발찌를 끊었을 때도 긴급한 경우 주거지를 바로 압수수색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이같은 실시간 수사 대응 체계 마련을 위해 박 장관은 국회 등의 협조를 구해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인력 충원이 실질적으로 언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일대일 전자감독 확대'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법무부는 일대일 전자감독을 확대해 출소 직후부터 주1회 이상 대면 면담, 행동 관찰 등 밀착 감독을 통한 지역사회 내 성폭력 범죄 재발 방지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박 장관은 "제도로서의 일대일 감독 제도는 제도 개편을 해야한다"면서도 "전국 보호관찰소에 각 관찰소 하나마다 고위험 대상자들은 1명 내지 2명에 불과해 현재의 제도와 인력 예산 하에 일대일 감독 효과가 나도록 집중해서 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현재의 제도와 인력 예산 하'에 관리하겠다며 별도의 인력이나 예산 충원을 전제로 하지 않았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윤웅장 범죄예방정책국장의 설명과는 큰 시각차를 보였다. 윤 국장은 "최대한 일대일 감독이 필요한 사범들을 확대하겠다"며 박 장관의 계획에 호응하면서도 "일대일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그만큼 일대일이 아닌 다른 감독을 약화시키는 문제가 있어서 인력의 여건을 갖추지 않으면 어려운 점이 있다"고 현실적 고충을 토로했다. 자칫 일대일 감독 전담 인력의 업무 부담을 증폭시켜 관리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 '고위험군 성범죄자' 내지는 '고위험군'을 분류하는 것마저도 보호관찰소의 업무로 전가된다면 업무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교도소나 판결문의 범죄 내용 등을 종합해서 고위험군을 분류할텐데 범죄자들이 예측 가능할 수 없어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평가 주체는 각 지역 보호관찰소에서 정하는데 순위를 쭉 매겨 수치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관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력 충원이 안된 상태에서 일대일 전담 제도를 확대한다는 것은 전담 인력을 갈아마시겠다는 얘기나 다름 없다"면서 "전담 인력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실효적 인원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하는 건 일대일 전담이 아닐 뿐더러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기준 미국, 영국 등 전자감독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의 대부분은 전담직원 1명이 10명 내외의 전자감독 대상자들을 관리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8명의 GPS 전자감독 전담인력이 74명의 대상자를 감독하고 있어 전자감독 전담인력 1인당 9.3명을 담당하고 있다.(김혜정, 2015년 법무부 정책연구보고서)

    지금도 한국의 전담 인력 상황은 주요국과 비교해 열악하다. 올해 7월 기준 일대일 전자감독 대상자는 19명이어서 19명의 관리인원이 담당하고 있다. 한 등급 낮은 일반 전자감독의 경우 전담인력 한 명이 관리해야 하는 대상자는 17.3명이나 된다. 현 인력 상황에서도 전자감독 전담직원들은 업무과다, 잦은 야간 출동으로 인한 피로도, 야간출동시 느끼는 신체적 피해에 대한 두려움, 경보 발생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법적인 책임을 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으로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김지선, 2018년 전자감독 시행 10주년 기념 학술대회 발표자료)

    이에 따라 전자감독제도와 관련한 대부분의 연구 논문에서 핵심 대책으로 인력 확충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성폭력 범죄자의 경우 전담인력의 부족으로 인한 관리 부실로 재범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동효 한국국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2019년 전자감독제도는 만병통치약인가?: 정책의 실효성에 관한 연구)

    예산 문제 등으로 당장 인력 확충이 어렵다면 전자발찌 착용자 증가 추세를 멈추거나 한시적으로 늦추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박 장관은 이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장관은 "전자감독제도는 여러가지 보완이 필요하긴 하지만 획기적인 제도임은 틀림없다"면서 "재범 위험을 현격히 낮추고 있다. 현재 전자감독 대상을 줄이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즉시적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책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한 번만 현장에 갈 게 아니라 진짜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면 인력 확충 없는 대책을 내놓을 순 없다"면서 "가석방 대상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등 대상자를 늘릴 순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 없이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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