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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또 오른다…'탈원전 고지서' 왜 논란일까[인더독]

산업일반

    전기료 또 오른다…'탈원전 고지서' 왜 논란일까[인더독]

    [산업(Industry)을 읽다(讀)]⑦전제부터 틀린 탈원전 '청구서' 주장

    전기료, 8년 만에 인상…올해 첫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 작동
    '탄소중립 고지서'인 기후환경요금 오르면 전기료 또 인상 가능성
    전기료 인상, 탈원전 청구서인가?…'전제'가 틀렸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전기요금이 8년 만에 올랐습니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환경 요금이 인상될 예정이어서 전기료는 올해 안에 또 인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수야권에서는 역시나 현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왔습니다. 산업(Industry)을 읽는(讀) '인더독' 시리즈, 이번에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기료 인상에 따른 '탈원전' 논란을 들여다 볼까 합니다.


    전기료, 8년 만에 인상…올해 첫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 작동  


    연합뉴스연합뉴스
    정부와 한국전력은 지난달 23일 10월부터 적용되는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했습니다. 2013년 11월 이후 8년 만입니다.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원 올렸는데,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주택용 4인 가구의 경우 전기료는 4분기에 매달 최대 1050원 오르게 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전기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를 전기료에 3개월 단위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습니다. 전기의 재료가 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유연탄, 유류 등의 가격이 등락하면 이에 맞춰 전기료를 조정하는 구조입니다. 원가가 상승하면 가격을 올린다, 잠깐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요?

    정부는 10년 전인 2011년 7월에도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예고하며 전기공급 약관까지 개정했습니다. 발목을 잡은 건 물가 상승 우려였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가계 및 기업의 전기료 부담이 불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대로 시행도 못한 채 2014년 5월 연료비 연동제는 사라졌습니다.

    5년이 지난 2019년 5월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이 연동제 도입 논의에 불을 댕겼습니다. 한전은 공기업이면서 코스피 상장 기업이기도 합니다. 공익성과 기업성을 같이 추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공공재 성격을 지닌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할 책무가 있지만, 적자를 무한정 감수할 수는 없습니다.

    소액주주행동은 당시 "한전이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어 영업이익으로도 이자를 못 내는 참담한 상황인데도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수없이 얘기한다"며 한전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연료비 연동제 도입 논의에 탄력을 더했습니다. 경기 침체와 저유가 시기가 겹치면서 한전은 지난해 4조원의 흑자를 냈습니다. 2018년 -2080억원, 2019년 -1조2765억원을 뒤집은 대반전이었습니다. 국제유가는 2019년 평균 64달러에서 지난해 3분기 40달러까지 내렸습니다.

    정부와 한전으로선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고유가 시기에는 '전기 요금을 인상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저유가 시기에는 반대로 전기료 인하가 가능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한전은 지난해 12월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주기적으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올해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탄소중립 고지서'인 기후환경요금 오르면 전기료 또 인상 가능성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아울러 기후·환경 관련 비용도 별도 항목으로 분리해 고지하기로 했습니다. 기후·환경요금은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오염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한전이 지출한 비용을 전기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금액입니다.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 수반되는, 일종의 '탄소중립 고지서'인 셈입니다.  

    기후·환경비용은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 비용(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비용(ETS·Emissions Trading Systems),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 시행 등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비용으로 구성됩니다.

    우선 RPS는 500M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지난해 연료별 1kWh당 발전 단가는 신재생에너지가 264.6원으로 가장 비쌌고 LNG(126원), 무연탄(118.3원), 유연탄(83.3원), 원자력(54원) 순이었습니다. 값싼 연료 대신 비싼 연료를 사용하게 하고, 한전이 그 비용을 일정 정도 보조하는 식입니다.

    한전의 RPS 비용은 2016년 1조4104억원에서 지난해 2조247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는 6월 말까지 1조6773억원이 투입됐습니다. 여기에 ETS 비용을 더한 기후·환경비용은 올해 상반기 1조7553억원으로, 지난해 2조5071억원의 70%를 넘었습니다.

    한전은 이렇게 산출된 기후·환경비용을 내년도 예상 전력판매량으로 나눠 전기 소비자에게 청구합니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기후·환경비용은 지난해의 1.4배에 달하는 3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전체 전기요금의 약 4.9%인 kWh당 5.3원이었던 기후환경 요금은 또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의 경우 월평균 350kWh를 쓰는 주택용 4인 가구는 매달 1850원, 산업·일반용(평균 9.2MWh 사용) 업체는 매달 4만8천원 가량 부담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이 10월부터 오른 데 이어 두 달 여 만에 또 인상되는 셈입니다.


    전기료 인상, 탈원전 청구서인가?…'전제'가 틀렸다  


    8년 만의 전기료 인상은 '탈원전'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4일 "탈원전 손실 10년 뒤 177조…전기료 올렸다"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사설에서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서 시작된 탈원전을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비용 청구서가 미래세대에 날아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 9월 24일자 1면.중앙일보 9월 24일자 1면.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 임기인 2022년까지 추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큰소리쳤지만 가짜뉴스였다"며 "전기요금 인상은 잘못된 탈원전 정책의 청구서"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 주장이 사실이려면 원전 이용률이 줄었어야 하는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이용률이 오히려 늘었다"면서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는 상황 등을 충분히 알 수 있으면서 그런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일보와 보수 야권이 '탈원전 청구서' 주장의 근거로 삼은 건 입법조사처의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발생'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는 원전을 허용하는 경우와 폐기하는 경우의 시나리오를 비교하면 10년 뒤인 2031년 전력생산 비용이 각각 35조7200억원과 56조7500억원으로 차이가 벌어진다고 추산했습니다. 누적으로 따지면 10년 동안 두 시나리오의 차이는 177조4300억원에 이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전제'부터 틀린 수치입니다. 재생에너지의 생산 단가가 하락되는 추세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원전이 가장 저렴한 건 사실이지만 건설에 사용되는 비용이 초기 계획 예산에 비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한국에너지연구원이 지난 1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5년마다 발간하는 '전력생산 비용전망(Projected Costs of Generating Electricity)' 최신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5년 한국에서 균등화 발전단가(LCOE·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달러/MWh)가 가장 낮은 발전원은 53.30달러의 원전이었습니다.

    LCOE는 특정 국가의 다양한 발전원의 경제성을 비교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로 1개의 발전소 건립과 이후 운영관리, 연료, 탄소, 폐로, 폐기물 처리 비용 등 전(全) 사업기간에 발생하는 비용을 추산하고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가치로 변환하는 것입니다.

    원전 다음으로는 석탄 발전(75.59달러)과 가스복합 발전(86.76~95.89달러)이었고, 재생에너지 중에서는 태양광이 상업용 98.13달러, 대규모 발전단지 96.56달러로 가장 낮았습니다.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은 각각 113.33달러, 160.98달러로 추산됐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박명덕 연구위원은 전 세계 상황을 종합한 뒤 "해외 주요국에서는 재생에너지가 가장 저렴한 발전원으로 자리잡았다"며 "5년 전과 비교하면 태양광, 풍력 발전의 비용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으므로 차기에는 보다 하락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중장기 발전단가(LCOE) 전망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보고서의 결론도 같습니다. 우리나라 대규모(3MW급) 태양광 발전단가(LOCE)는 2030년 71.3원/kWh로, 지난해 111.7원/kWh 대비 36% 낮아길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5년, 10년 뒤 너무 먼 미래 얘기 같다고요? 아닙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친 지난해에도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하락 추세를 이어갔습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재생에너지는 점점 더 저렴해질 겁니다.  

    IRENA의 2020 재생에너지 발전비용 보고서.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 발췌.IRENA의 2020 재생에너지 발전비용 보고서.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 발췌.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가 코로나19 이후 재생에너지 동향을 분석해 지난 6월 내놓은 '2020 재생에너지 발전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광의 LCOE(달러/kWh)는 0.057달러로 10년 전에 비해 85%나 싸졌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화석연료의 최저 발전비용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2018년 기준 6.6%에 불과합니다.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는 '탈원전' 정책 이후에도 원전의 가동률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올랐습니다. 탈원전 탓에 전기료가 올랐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문제는 국제유가입니다. 지난해 4월 20달러 아래까지 내려갔던 두바이유는 최근 75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르면 4분기 전기료는 애초 kWh당 3.0원이 아니라 13.8원을 올려야 했습니다.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연료비도 상승 추세여서 전기료는 내년에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한편 5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전기료 인상과 탈원전, 탄소중립 문제 등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관련해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하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철강분야의 탄소중립 문제로 증인 명단에 이름이 올랐습니다. 인더독 탄소중립 시리즈, 다음에는 국감에서 새로 발굴될 사실과 여야의 공방 등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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